• 여행은 바쁘게 살아가던 우리에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청명한 가을, 굳이 비싸게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계획된 여행을 실천하는 것은 이 가을에 대한 예의이다. 

    며칠전 친구들과 서울과 가까우면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젊은이의 레포츠 1순위 장소인 강촌에 갔다. 오픈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소형오토바이를 타고 연인들이 돌아다닌다. 부럽기도 하면서 바라보는 나도 신이났다.

    이번 여정의 목적지는 문배마을, 우선 문배마을 가까이 있는 아홉 구비를 돌아 내려와 쏟아진다는 구곡폭포로 먼저 향했다. 수량이 풍부한 여름에 왔을 때는 거침없이 쏟아지는 폭포수가 시원히 땀방울을 식혀줬는데 낙엽진 나무들 때문인지 여름 때의 느낌과는 달랐지만 높은 절벽에서 부딪치며 떨어지는 폭포는 사람의 마을을 확 트이게 했다.

    기분업된 마음을 유지하며 내심 기대했던 문배마을 길로 향했다. 잣나무 가득한 구불구불 구곡양장의 길을 산림욕하는 기분으로 올랐다. 한적한 오솔길 사이사이 검봉산인지 봉화산인지 바위산에 자라는 소나무와 단풍나무들의 멋들어진 모습에 더욱 상쾌하다.

    마을이 분지에 있다는 얘기에 그리 멀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고개를 넘고 넘어도 마을이 안 보인다. 

    드디어 들어선 문배마을 입구~ 한폭의 풍경화 같다는 문배마을, ‘웰컴 투 동막골’을 기대하며 앞에 펼쳐진 경치를 본 순간 난 나의 눈을 의심했다. 지나가던 아줌마를 붙잡고 물었다. ”아줌마 문배마을은 좀 더 들어가면 있나요?“
     
    이러~언. 앞에 보이는 곳이 문배마을이란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로선 이런 모습의 시골은 흔히(?) 볼 수 있는 장소 아닌가. 옹기종기 모여있다는 10여 가구는 "김가네“, “이씨네집” 등의 이름을 건 식당으로 각각 족구장을 갖고 있었고, 기존 가옥에서 단체손님을 맞기 위해 넓힌 모습들 이었다. 아늑하고 조용한 마을을 기대했던 나에겐 “문배마을”이란 관광지는 상술이라 느껴졌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컸지만 소문난 문배마을의 음식을 기대하며 “문배집‘이란 곳으로 들어갔다. 일반 가정집인지라, 입구로 들어가는데 조용한 것이 여기가 장사하는 곳 맞나 싶었는데 들어가 보니 손님들이 제법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여러 메뉴들 중에 선택한 5,000원의 넉넉한 도토리묵은 어디서나 쉽게 맛볼 수 없는 맛을 제공했고 깔끔한 문배주에 친구와 나는 어느새 문배마을에 빠져들고 있었다.

    1982년 구곡폭포 일대가 관광지로 지정되면서 폭포의 경관을 즐기고 주변의 명산인 봉화산과 칼을 세워놓은 것 같아 칼봉이라는 검봉산을 등산하는 관광객이 늘면서 산속 오지마을이 토속음식 전문점으로도 유명해졌다고 한다.

    ‘문배’라는 마을 이름의 유래는 약 200년 전쯤 이곳에 자생하는 돌배보다는 조금 크다는 문배나무가 많이 있어 문배마을이라 불리게 되었다고도 하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의 생김새가 짐을 가득 실은 배 형태여서 문배마을이라 불린다는 말도 있다.

    우리의 여정은 여기까지. 봉화산으로 산행은 다음을 기약하며 생태연못을 지나 다시 왔던 길로 하산했다. 내려가는 길은 올라올 때보다 힘이 덜든다. 

    산악용 자전거를 탄 두 아저씨가 우리를 지나 비탈지고 구불어진 길을 아슬아슬 브레이크를 잡으며 내려간다. 산길에는 고정로프 하나 있을 뿐 여차 방향을 잃으면 바로 추락이다. 각자 즐기는 레포츠가 있겠지만 내 눈에는 너무 위험하게 보였다. 

    요즘은 이용이 제한됐던 국유림을 국민에게 환원한다는 의미로 산림문화 체험의 여러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레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패러글라이딩, 산악마라톤, 산악자전거 등을 국유림에서 즐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잘 보존되어 숨쉬는 국유림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타보고 싶다. 기회가 오면 꼭 도전해 보리라.

    얼마 남지 않은 가을, 조금만 부지런을 피워 여행을 떠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