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아침 눈을 떠보니 반가운 첫눈이 온천지를 하얗게 만들어 놓고 있었다. 초등학생시절 눈 내린 아침이면 ‘눈 왔다’ 하시는 어머니의 말씀에 너무 반갑고 신이 나 그 많던 아침잠을 떨쳐내고 창가로 달려가 눈 구경을 하던 추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요즘에는 늘어나는 자동차로 교통체증이 심해지면서 언젠가부터 도시 사람들은 겨울에 내리는 눈을 그다지 반갑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농·산촌 사람들에게 눈은 여전히 반가운 손님이다.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면 풍년이 든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겨울에 내리는 눈의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겨울철에 내려 숲 속에 쌓였던 눈은 봄철 가뭄 해소에 큰 도움을 준다. 숲 속에 쌓인 눈은 서서히 녹아 땅속으로 들어갔다가 봄이 되어 땅이 녹으면 계곡으로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강수량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여름철에 절반 정도가 내릴 정도로 계절적 편중이 심하기 때문에 다른 시기에는 물이 모자라게 된다. 여름철 장마와 태풍이 지난 후 건조한 가을이 시작되고, 겨울을 지나 봄이 되면 내리는 비의 양이 더욱 줄어 모내기를 하는데 물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게 한다.
     
    겨우내 숲 속에 쌓인 눈은 물이 부족하기 쉬운 이러한 때에 큰 도움을 준다. 숲 속은 온도 변화가 적고 햇볕도 직접 들지 않아 내린 눈이 잘 녹지 않는다. 따라서 겨울동안 눈을 담아놓는 저수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숲 속에 보다 많은 물을 저장하려면 숲 바닥에 되도록 많은 눈이 쌓이도록 해야 한다. 나뭇가지나 잎에 쌓인 눈은 햇볕을 받으면 증발되므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숲의 모습에 따라 쌓이는 양을 비교해보면 낙엽이 지지 않는 침엽수림은 10% 정도 덜 쌓이고 낙엽이 진 활엽수림에서는 10% 정도 더 쌓인다. 숲에 공간을 내면 20%정도 더 쌓이게 된다. 따라서 솎아베기나 가지치기를 통해 공간을 열어주어 나뭇가지나 잎에 걸리는 눈을 적게 해주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봄철에 비가 적은 나라는 적극적인 숲 가꾸기를 통해 숲 속에 눈이 많이 쌓이도록 하여 수자원을 확보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