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4학년인 둘째 딸아이는 나와 이야기 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있었던 일이나 선생님께 칭찬받은 일 등 그 날 일어난 일은 거의 빼놓지 않고 모두 이야기를 한다. 특히 수업시간에 발표했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를 위해 교과서까지 읽어주며 그날 발표한 이야기를 자랑스레 꺼낸다.
     
    오늘은 4학년 2학기 국어 읽기 시간에 나오는 ‘열매줍기 대회’를 읽어 주었다. 한참 듣다 보니 그 대회를 하는 장소가 ‘유명산’이라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 유명산이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인다. 내가 몸 담고 있는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유명산 자연휴양림이 떠오르며 그곳의 아름다운 경치가 눈에 선했다.
     
    딸아이는 내 반응은 아랑곳 않고 계속해서 읽어 내려간다. ‘산에는 참 귀한 보물이 많이 있습니다. 산은 말없이 우리들에게 귀한 보물을 내어 줍니다. 오늘은 산이 주는 귀한 보물이 무엇인지 다 같이 생각해 봅시다’ 라는 행사진행자의 말도 읽는다. 그 말에 나는 ‘맞아 숲에는 참 많은 보물이 있지!’ 하며 흐뭇하게 듣고 있는데 읽기를 마친 딸아이가 하는 말이 ‘선생님께서 귀한 보물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이라는 질문에 손을 번쩍 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심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산림청에 근무하는 엄마 덕에 그래도 들은 풍월은 있었나 보네’ 라고 생각하며 딸아이 입에서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산나물 등 등’ 그런 말이 나올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딸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었다. 그 대답에 선생님께서 크게 칭찬을 하셨다고 자랑스럽게 얘기를 했다. 건성으로 듣고 있던 나는 책을 뺏어 들고 내용을 다시 읽어보니 결말 부분에 유명산 근처 시골에 살고 있는 아이가 도시아이에게 자신이 주운 열매를 주는 내용이었다. 내심 1등을 못할까봐 애를 태웠던 승연이라는 도시아이가 ‘산이 간직한 귀한 보물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라고 말을 하는데 바로 그 귀한 보물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었던 것이다.
     
    얼마 전 자기계발서 중에 ‘배려’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책을 통해 잊고 있던 가르침을 얻는 것도 좋겠지만 아낌없이 우리에게 베풀고 있는 숲을 통해 배려하는 마음을 배울 수도 있다는 것을 딸아이를 통해 새삼 알게 되었다. 

    늘 숲에서 일과를 보내는 동료직원들의 넓고 따뜻한 마음이 바로 산이 말없이 준 귀한 보물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