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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내려오는 이야기 중에는 유난히 나무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다. 공업이 발달하기 전에는 생활에 필요한 무엇을 만들려면 목재가 필수재료였기 때문일 것이다. 나무는 사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 가운데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 심고 아들을 낳으면 소나무를 심는다.’는 옛말이 있다.
우선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는다는 옛말은 왜 생겨났을까?
오동나무의 쓰임새를 알게 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오동나무는 빨리 자라므로 심은 지 10년이 되면 목재를 이용할 수 있다. 목재는 재질이 부드럽고 습기와 불에 잘 견디며, 가벼우면서도 마찰에 강해 ‘함’이나 ‘장롱’ 등 가구를 만드는 좋은 재료이다. 재질이 연하고 가벼울 뿐만 아니라 휘거나 트지 않으며, 곰팡이나 세균이 생기지 않고 습기에도 잘 견디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동나무는 장롱뿐만 아니라 국가의 중요문서를 기록한 보존서의 보존함으로 애용되고 있으며, 음색의 변함이 없어 가야금, 거문고 등 국악기의 재료로 쓰일 만큼 요긴하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딸을 낳은 후 오동나무를 심어 딸이 혼인할 즈음엔 그 오동나무가 쓸만한 재목으로 자라게 되니까 그 오동나무를 베어 혼수용으로 사용한 것이다.
그러면 아들을 낳으면 선산에 소나무를 심는다는 말은 왜 나왔을까?
탄생과 더불어 심은 소나무는 죽을 때 까지 함께 하다가 사자(死者)의 관으로 쓰여 더불어 묻히는 존재였다고 한다.
나무와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옛말 하나하나에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것을 보니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중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나오는 칼럼니스트 이규태씨의 ‘내 나무’라는 수필에도 위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의 고향 산촌에서는 이렇게 탄생과 더불어 심은 나무들을 그 아이들의 ‘내 나무’라고 불렀다고 한다.
가까이에 내 나무 한 그루 있어 힘든 날 또는 좋은 날 그 나무 그늘 아래로 달려가 위로받고, 함께 기뻐할 수 있다면 세상살이가 좀 더 수월해 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