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7일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헌법재판소장(전효숙)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6,7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파행으로 얼룩진 것은 헌법 명문에 어긋난 인선절차가 그 근본원인이다. 헌법 제111조 4항은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전 재판관을 그대로 소장으로 임명동의 요청하고 남은 임기 3년을 채우도록 했더라면 ‘코드 인사’ 논란은 동반할지라도 절차의 부정(不正)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퇴 후 지명’이라는 편법이 전 후보 신분을 ‘민간인’으로 바꿔 결국 위헌소지를 배태시켰다. 노 대통령이 편법으로 6년 임기를 ‘추가 보장’한 데는 나름의 정치적 의도가 짚이지만 헌법 명문을 우회한 그 편법이 노 대통령의 자충수로 드러난 것이다.

    헌재소장과 같은 헌법기관의 수장 선임절차는 헌법의 명문에 충실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명문의 취지를 거슬러가며, 그것도 편법으로 지명권을 강행하는 것은 헌법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여당 일각에서는 헌재 제1기 이래 제3기까지의 소장 임명절차를 들어 ‘전효숙 소장’ 임명동의안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헌법재판관도 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한 인사청문회제도 도입 이전의 예를 원용하는 잘못이라는 게 우리 판단이다. 일부 야당의원처럼 헌법재판관으로서, 또 헌재소장으로서 국회 법사위 청문회와 인사청문특위 청문회를 별도로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형식논리에 가깝다. ‘재판관+소장’ 임명동의안에 대한 인사청문특위의 심사로 귀결시키는 것이 합리적이다.

    더 큰 문제는 전 후보의 경도된 인식이다. 8월16일 청와대 민정수석의 전화로 지명통보받고 25일 사퇴했다고 밝히면서 “임기와 관련해 재판관 사직서가 필요한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절차상 임명권자가 선택을 했기 때문에 사퇴했을 뿐”이라고 덧붙였으니, 우리는 그런 인식만으로도 헌법 해석에 대한 궁극의 책임을 진 헌재의 소장으로서는 결격이라고 믿는다. 제4기 헌재가 감당할 각종 헌법재판의 규범력까지 걱정스럽다.

    증여세 탈루 의혹에 대해 “확정적인 증여 의사는 없었다”고 하지만 위법을 시인하는 담백한 자세가 아쉽다.

    헌재소장은 ‘헌재를 대표하고 사무를 통리(統理)하며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헌재법 제12조). 전 후보가 헌재소장의 이 막중한 소임을 제대로 수행할 권위를 과연 갖추고 있는가. 우리의 판단은 부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