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1일자 오피니언면 '아침논단'란에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인 박세일 전 의원(법경제학 전공)이 쓴 '선진화냐 몰락이냐… 운명의 15년'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올바른 인생을 살려면 때때로 높은 산에 올라 멀리 보아야 하듯, 올바른 나라를 만들려면 미래에 서서 지금의 오늘을 돌이켜 보아야 한다. 지금부터 30년 내지 50년 앞에 서서 2006년의 대한민국을 돌이켜 보면 어떨까? 어떠한 시대적 국가과제를 가지고 고뇌하고 투쟁하던 시대로 보일까?

    지난 60년간 대한민국은 참으로 숨 가쁘게 달려 왔다. 40~50년대의 ‘건국의 시대’를 거쳐 60년대와 70년대의 ‘산업화의 시대’를, 그리고 80~90년대의 ‘민주화의 시대’를 살아왔다. 우여곡절도 있었으나 모두가 빛나는 성공의 시대였다. 건국의 시대에는 자유민주와 시장경제로 대한민국의 제도적 기틀을 잡았고, 산업화의 시대에는 1964년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이던 나라를 1995년의 1만 달러로 올려놓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냈다. 또한 한국 민주주의는 ‘쓰레기통에서 장미를 피우는 것’과 같다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우리는 결국 민주화에 성공하였다.

    앞으로 21세기 우리의 국가과제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모든 분야에서 명실 공히 선진국이 되는 ‘대한민국의 선진화’일 것이다. 그런데 이 선진화라는 시대적 국가과제 앞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은 분열과 갈등, 혼돈과 좌절로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왜 흔들리는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이 땅에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가로막는 반(反) 선진화 사상과 세력이 등장하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좌파적 역사관’에 의지하여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을 부정하고 우리의 역사를 정의가 실패하고 기회주의가 성공한 역사라고 폄하하고 있다. 21세기 나라발전의 원리인 민간창의와 시장자율을 거부하고, 기계적이고 획일적인 ‘국가주도의 평등주의’를 내세워, 투자를 위축시키고, 교육을 피폐화하고, 균형발전이란 이름으 로 전 국토를 난개발하고 있다. 그리하여 실업과 빈곤 그리고 불평등만 양산하고 있다. 통일과 안보 문제까지도 국익과 원칙을 버리고 국내정치에 이용하려 한다. 결국 이념과 정서과잉의 ‘코드외교’가 일상화되어 우방과의 신뢰만 훼손하고 스스로 고립무원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이래선 선진화에 성공할 수 없다.

    대한민국이 흔들리는 두 번째 이유는 현재 이 땅에 선진화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선진화를 위하여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치는 역사적 주체가 아직 형성되어 있지 못하다. 여당은 ‘이념의 덫’에, 그리고 야당은 ‘이익의 덫’에 걸려 있다. 모두가 나라를 바로 이끌어 갈 ‘미래비전’보다 대중영합적 ‘포퓰리즘 경쟁’에 빠져 있다. 여당은 이념적 정체성의 혼란에서 빨리 벗어나야 하고 야당은 기득권과 무사안일을 박차고 일어나야 한다. 그리하여 선진화를 위한 비전 경쟁과 정책 경쟁에 나서야 한다.

    앞으로 총인구가 감소하기 전인 15년 이내에 우리는 반드시 선진국에 진입하여야 한다. 15년 안에 진입하려면 앞으로 5년이 중요하고 이 기간 중 사회 각 분야에 뼈를 깎는 자기쇄신이 일어나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정치권의 대대적인 혁신을 요구하면서, 국민 스스로가 자구적 노력에 나설 수밖에 없다. 선진화를 위한 비전과 철학을 세우고, 전략과 정책을 개발하는 일, 그리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에 국민 스스로가 나서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에 나타나는 ‘뉴 라이트 운동’, ‘뉴 레프트 운동’ 그리고 ‘선진화 국민운동’ 등은 대단히 바람직한 움직임들이다. 이러한 지식인운동과 시민사회운동이 정치권의 철저한 환골탈태와 함께 일어날 때, 우리는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성공시킬 ‘선진화주체세력’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새로운 미래세력인 선진화세력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의 여부가 21세기 대한민국의 명운을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