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4억 사과상자’ 사건으로 내우외환(內憂外患)에 휩싸였다.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터진 대형 공천비리 사건이 지방선거 판도에 미칠 악영향에 노심초사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으로 ‘반(反)한화갑’ 진영 결집 움직임도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이번 사건을 ‘민주당 죽이기’ 차원의 음모론으로 규정하면서 동시에 ‘대선 빚 44억원 변제’ 카드를 다시 꺼내 ‘동정론’을 통한 파문 진화에 부심하고 있지만 상황은 한 대표 뜻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한화갑 “정치음모 슬기롭게 극복해야” 집안단속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단 회의에서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역풍과 눈에 보이지 않는 정치적 음모 때문에 부딪힌 현실을 슬기롭게 극복함으로써 전통성 있는 민주당의 저력을 과시하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며 “모든 당원들은 비상한 각오를 갖고 당을 위해 분발해 달라”고 집안 단속을 시도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일에 대해 자세한 관찰과 반성을 통해 선거에 대비한 새로운 대책을 수립하겠다”며 “금주 안에 특단의 조치를 발표하겠다”고도 했다. 한 대표는 25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대처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또한 조재환 사무총장이 최락도 전 의원에게 받은 4억원은 ‘공천헌금’이 아닌 ‘특별당비’라고 강조하며 당의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상열 대변인은 이날 국회브리핑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당에 떠넘긴 대선 빚 44억원을 양심적으로 판단해서 하루빨리 변제해 줄 것을 촉구한다”며 “이미 민주당에는 전 당사 임대료 20억원과 그에 따른 이자 3억원, 도합 23억원에 대해서 5월 3일까지 갚으라는 서면통보가 왔고, 그때까지 변제하지 않으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지방선거 비용으로 받을 국고보조금 19억원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서면 요구도 와 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국고보조금 뿐만 아니라 돈 한 푼 없이 치러야 하는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삼고초려 해서라도 조순형 모셔 와야” 반(反)한화갑 진영 결집

    당 지도부의 상황 수습 노력에도 불구하고 반(反)한화갑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 원외에 포진해 있던 반한(反韓) 진영이 한화갑 체제에 대한 불만을 표시해 왔다면 이번엔 당내에서도 지도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승희 의원은 조순형 전 대표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노골적으로 ‘한화갑 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민주당 정상화 대책회의’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민주당은 비상상태다.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고 정치적 상황은 점점 고립되고 있으며 적대적 정치세력으로부터 공격당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조 전 대표 같은 분들을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해서라도 당의 재건을 위해 힘을 합쳐야 되는데 이런 분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무리한 방법으로 배척하는 지금의 당 운영은 시급히 중지돼야 한다”며 “비정상적으로 운영돼 스스로 위기에 처한 당의 장래를 위해 민주당 정상화 대책회의 구성을 건의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금 민주당의 체제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며 “정권을 창출해 나름대로 훌륭하게 국정을 운영했던 국가운영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김효석 의원도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특별당비라는 명분으로 국민의 시선을 외면하려 한다면 비극”이라며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팔다리를 자르는 심정으로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고 이번 사태를 대하는 당 지도부의 안일함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지금 당은 분당사태 이후 최고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내부에서 시시비비는 가리되 국민들에게는 더 이상 구구한 변명이 있어서는 안 된다. 석고대죄의 자세로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비리가 없는지, 이를 발본색원하기 위한 내부 작업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