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16일 “정부관계자들이 ‘OECD국가로 4~5%의 경제성장은 잘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궤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인 장 교수는 이날 열린우리당 조정식 의원 등이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IMF 10년 한국 경제 어디로 가나?’라는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말하고 "한국의 성장 둔화는 경제 성숙에 따라 서서히 일어난 현상이 아니라 외환위기 이후 갑자기 일어난 현상이며 외환위기 이후 일어난 정책과 제도의 변화가 성장저하의 주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또 일부 개혁론자들이 가지는 ‘우리나라 과거의 경제성장은 독재와 인권탄압, 특히 노동자 탄압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기에 의미가 없다’는 견해에 대해 “경제성장의 의미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며 “자본주의 사회주의를 막론하고 산업화 초기에 민주주의를 하면서 인권을 보장하고 화목하게 발전한 나라는 없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과거 정부의 시장 개입이 경제성장을 저해했다’는 지적과 관련, “싱가포르는 엄청난 국가개입을 통해 성장한 나라”라고 운을 뗀 뒤 “정부 개입 없이 자유시장 경제를 한 나라들 중에 한국보다 더 경제발전을 잘 한 나라가 없다”고 부연했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는 “한국 경제는 현재 자본주의 발전사에 있어 매우 후진적인 단계에 있다”며 “한국의 문제는 신자유주의 때문이 아니라 시장경제의 안정적 운용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국경제의 취약성을 설명했다.

    한편 장 교수는 ‘자본은 국적이 없다’는 의견에 대해 “자본에 국적이 없다고 외치는 선진국들도 자기 경제가 대외 방어력이 떨어진다고 생각되면 서슴없이 외국자본을 규제해 왔다”며 “자본의 국적이 중요하지 않다는 논리는 강대국이 지어낸 이야기"라고 강대국의 자본에 대한 이중적 태도를 비난했다.

    조원동 재경부 경제정책국장은 이에 대해 “외국계 자본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아직까지 외국계 자본 때문에 국내투자가 위축되고 있다거나 외국계 자본의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되고 있다는 증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