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1주년 앞두고 사과 공방 빠진 국힘지선 앞 메시지 전략 두고 노선 갈등 표면화
  •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 1주년 당일 사과 여부를 두고 내부 엇박을 드러내고 있다. 지도부는 추가적인 사과가 필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당내 일각에서는 지방선거 외연 확장을 위해 유화적인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노선 차가 포면화되는 모습이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오는 3일 비상계엄 1주년 관련 당 지도부 차원의 사과 여부는 아직 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장동혁 대표가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고 있고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도부 기조는 추가 사과 반대에 맞춰져 있다. 장 대표는 반복적인 사과가 정국 수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사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과 자체가 민주당의 '정치 공세 프레임'에 말려드는 대응이라는 판단에서다. 

    장 대표는 지난 24일 전국원외당협위원장 워크숍에서 "우리가 고개를 숙이면 고개를 부러뜨리고, 허리를 숙이면 허리를 부러뜨리고, 엎드리면 땅에 짓이기는 것이 민주당"이라며 "이 싸움을 끝내려면 (민주당을) 우리의 싸움터로 끌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12·3 계엄 사태와 관련해 지도부가 공식 사과에 나서야 한다는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외연 확장'을 위해 중도층을 겨냥한 메시지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당내 일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오는 3일 장 대표가 비상계엄 관련 지도부 차원의 사과를 하지 않으면 당내 20여 명의 의원들과 '집단 행동'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서 "지도부의 결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다 보니까 의원들이 먼저 나서서 '나는 (사과를) 하겠다'고 나서지 않을 뿐, 사과를 하고 넘어가야 된다는 의원들이 더 많다"며 "(지도부가 사과하지 않으면) 제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과 같이 나름의 사과를 해야 될 것 같고 저랑 같이 메시지를 내실 의원들이 20명 정도 계신다"고 말했다.

    이러한 당내 기류를 의식한 듯 장 대표는 최근 메시지에서 일부 톤 변화를 보이고 있다. 정부·여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유지하면서도 계엄 사태 이후 당의 책임을 함께 언급하며 자성의 메시지를 곁들이는 방식으로 발언 기조를 조정하는 것이다.

    장 대표는 지난달 29일 대전과 충북 청주에서 각각 진행된 '민생 회복 법치 수호 국민대회'에서 "국민께서 지난 정권을 만들어주셨지만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받들지 못했다. 국민의힘이 부족했다"며 "민주당의 폭주로 나라가 무너지고 있을 때도 제대로 일하지 못했고 제대로 싸우지 못했고 하나 돼 막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지도부는 정치 공세에 밀려 사과부터 내놓는 대응은 사태를 조기 수습하기는커녕 책임 인정 프레임만 강화해 공방을 장기화시킨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의 공세가 사과 그 자체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과를 기점으로 추가 책임론을 확장해 공격 수위를 높이는 구조라는 판단 때문이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국힘에 사과를 요구하기 전 한 번이라도 민주당 이재명에게 사과를 촉구한 적 있느냐"면서 "본인들이 사과했을 때 지난 대선 승리로 이끌었나. 왜 계속 졌던 방식을 또 하라고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반복된 사과가 상황을 진정시키기보다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사과보다는 국민께 '우리가 이런 정치를 하겠다', '좀 더 기회를 달라'고 하는 것이 맞다"며 "단순히 자꾸 사과, 사과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과거 여러 현안에서 유감 표명이나 사과 메시지를 낸 바 있다. 하지만 논란이 가라앉기는커녕 공세가 지속되면서 대응 영역이 확대되는 흐름이 반복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사태' 등에 대해 사과했지만 탄핵당했다. 당시 무릎을 꿇고 사과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전까지 모든 전국 단위 선거에서 연이어 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