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통령 재판중지법 입법 하루만에 철회…당정 불협화음대통령실, 헌법84조 기대 입법 불필요…재판 재개되면 재추진야권 "李 대통령 사법적 위기때 마다 '공익' 포장 입법 시도"헌법84조 해석 두고 입장차…법조계, 진행중인 재판은 계속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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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재임 중엔 형사재판을 중지하는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재판중지법을 '국정안정법'이라며 이달 중 처리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하루 만에 철회한 것이다.
- ▲ 이재명 대통령.ⓒ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말라"며 당과 선을 그었다. 하지만 실상은 헌법84조의 '대통령 불소추특권'에 기대 잠시 미뤘을 뿐 재판이 재개되면 그때 또다시 재판중지법을 재추진할 것이란 뜻도 분명히 했다.
이에 범(汎)야권발 '대통령 형사재판 재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떳떳하다면 중단된 재판을 즉시 재개해 최종적인 무죄 판결을 받으라는 것이다.
◆대통령실, 재판중지법 필요없다면서 "재판 재개되면 입법하겠다" 이율배반
대통령실은 지난 3일 민주당이 대통령의 재판중지법 입법을 처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과 관련해 "헌법 제84조에 따라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재판은 당연히 중지된다"며 "입법이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긴급 브리핑을 열고 "헌법 제84조에 따라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중지된다는 것이 다수 헌법학자의 견해이며 헌법재판소도 같은 취지로 해석한 바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강 실장은 "헌법상 당연히 중단되는 것이니 입법이 필요하지 않고, 만약 법원이 헌법에 위반해 종전의 중단 선언을 뒤집어 재개하면 그때 위헌심판 제기와 더불어 입법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그러면서 "그래서 당의 사법 개혁안 처리 대상에서 재판중지법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않아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재판중지법은 지난 5월 대법원이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다음날 발의됐다. 같은 달 7일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까지 통과됐다.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다만 이 대통령이 당시 "내 문제에 대해서는 (입법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해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가 안 됐다. 하지만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김대웅 서울고법원장이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 재개 가능성에 대해 "이론적으로 그렇다"고 답한 직후부터 민주당은 재판 중지법 처리를 주장해왔다.
특히 대장동 일당 1심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재판부가 지난달 31일 이들에게 징역형을 내려 법정 구속하고 판결문엔 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내용도 담자 재판중지법 처리를 서두르다 하루만에 철회한 것이다.
마치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대장동 일당과 무관하니 재판중지법이 필요없어 철회해 달라고 입장을 밝힌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강 비서실장은 "법원이 헌법에 위반해 종전의 중단 선언을 뒤집어 재개하면 그때 위헌심판 제기와 더불어 입법해도 늦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 사건 재판이 재개되면 그때 재판중지법을 입법하겠다는 것이다.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장동 민간업자 사건 판결 이유를 보면, '성남시 수뇌부에서 대장동 사업을 결정했다'고 나온다"며 "이 대통령이 피고인인 재판이 재개된다면 유죄를 면치 못할 것이고 민주당은 그 때문에 재판중지법을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
- ▲ 강훈식 비서실장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정 비전과 주요 현안 관련해 기자 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野권 "민주당 발표 누가 믿나" … 무죄라면서 재판 멈추자는 역설
이에 범야권에선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신뢰할 수 없다는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예산정책협의회를 위해 경북도청을 찾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여야 협의를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것이 민주당"이라며 "그런 민주당의 발표를 누가 믿을 수 있겠냐"고 했다. 그러고선 "대통령이든 정 대표든 누구든 책임 있는 사람이 이 대통령 재임 기간에 재판중지법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명확한 입장을 밝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는 지난 3일 SNS를 통해 "대장동 1심 판결로 핵심 인물들이 줄줄이 실형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는데, 민주당은 곧바로 '이 대통령과는 무관하다는 사실이 판결문에 명시됐다'며 공소 취소를 외쳤다"며 "그들의 말대로 법원이 이미 이 대통령 결백을 공인했다면, 중단된 재판을 즉시 재개해 명료하고 최종적인 무죄 판결을 받으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미 '무관함'이 입증됐다면 (재판 재개가) 두려울 이유가 없다"며 "그런데 민주당은 일제히 '이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주장하며 검찰에 '국정 안정'(공소 취소 요구)을 운운하기 시작했다. 무죄라면서 재판을 멈추자는 거다. 너무도 역설적이고 괴이한 논리"라면서 "법정에서 진실이 드러날 게 두려운 불안감의 고백에 불과하다"고 바짝 날을 세웠다.
김연욱 당 선임대변인도 이날 논평으로 "대장동 핵심 피고인들이 유죄 판결 받은 직후, 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 대통령 재판을 중지시키는 법을 재추진하겠다고 나섰다"며 "'대통령은 국정 운영을 위해 (기존)재판으로부터 일시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전제야말로 법 앞의 평등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특정 권력자만을 위한 보호막을 쌓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재판소원제·법왜곡죄는 그대로 추진 … "이 대통령 재판 재개해야"
이런 야권의 강경 기류는 민주당이 재판소원제와 법왜곡죄 신설은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야권은 재판소원제의 목적이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판단을 헌법재판소에서 뒤집으려는 데 있다고 본다. 법왜곡죄는 이 대통령 및 진보 진영 인사에 대한 수사·재판에 관여한 판검사들에게 보복할 속셈으로 추진한다고 의심한다.
김 선임대변인은 "대장동 관련자들이 법정구속된 시점에, 최종 승인권자(성남시장)였던 대통령은 왜 '잠정 면책' 대상인가. '국정안정'이란 명분은 오히려 법의 신뢰를 흔든다"며 "(민주당은)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제 도입, 배임죄 폐지, 법왜곡죄 신설 등 시기마다 이 대통령의 사법적 위기 국면이 닥칠 때마다 '공익'으로 포장한 이해관계 기반 입법을 시도해왔다”고 꼬집었다.
또 "(배임죄 폐지 시) 대장동이나 백현동 사건은 최종 법적 책임조차 물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권 바뀔 때마다 법의 기준이 바뀌는 나라는 국민 누구에게도 안전하지 않다. 지금 필요한 건 사법절차를 멈추는 법인 아니라, 멈춘 재판을 상식대로 재개하는 일이다. 대장동 사건의 법적 책임이 명확해지는 지금 대통령의 재판 또한 다시 시작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
- ▲ 대법원.ⓒ뉴데일리DB
◆헌법84조에 대한 해석도 작위적 … 법조계 "형사상의 재판은 진행돼야"
이재명 대통령이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아온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사건 1심 재판도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강훈식 실장의 해석처럼 헌법 제84조를 근거로 한 재판 중단 결정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그동안 '소추'의 범위에 대해 기소만 해당되는지, 기소 이후의 재판도 포함되는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려왔다. 하지만 민주당과 대통령실은 자신들 입맛대로 작위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헌 법무법인 홍익 변호사는 "헌법 교과서·주석서 어디를 찾아봐도 소추에 재판이 포함된다는 말이 없다"라며 "오히려 헌법주석서를 보면, 헌법 제84조에서 말하는 형사상의 소추는 기소를 의미한다는 것이 명백히 나와 있다"고 말했다. 진행중인 재판은 기소가 이미 끝난 것이어서 불소추특권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중앙대·숙명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등을 역임한 조상규 법무법인 로하나 변호사는 "'헌법 84조에서 '소추'는 대통령이 된 후 기소를 말하는 것"이라며 "'내가 대통령 됐으니까 진행되고 있는 재판은 멈추라'고 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