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사설 통해 정면 비판 "韓·日에 요구한 투자액, 비현실적""국부펀드처럼 쓴다는 것…美 거버넌스 어긋나""한국 GDP의 6.5% 달하는 거액…트럼프 방식에 심각한 의문"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출처=EPAⓒ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출처=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관세 인하를 대가로 거액의 대미 투자를 받기로 한 데 대해 "규모가 너무 커서 실현 가능성이 낮으며 미국의 거버넌스와 재정 권한에 심각한 의문을 갖게 한다"는 비판이 미국 주요 언론에서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 일본 정부로부터 각각 3500억달러(약 500조원), 5500억달러(약 770조원)의 직접 투자를 받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 현실적인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양국에 각각 부과했던 25%의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추는 합의의 마중물로 작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각) '트럼프의 외국인 투자 기금에 관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전례 없는 일이고, 미국의 관리 방식(governance)과 재정 운영 능력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우선 가장 크게 문제 삼은 것은 막대한 투자 규모다. WSJ는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는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3년 동안 한국 GDP의 6.5%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일본은 양해각서에 따라 2028년까지 매년 1830억달러(약 260조원)를 지출해야 하는데, 이는 향후 3년 동안 매년 GDP의 4.4%에 해당한다"며 "일본 국제협력은행(BIC)은 현재 자산이 350억달러(약 50조원)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두 나라는 트럼프 행정부에 (현재 국방비보다) 2~3배 많은 금액 투자를 약속했는데, 도대체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일본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8%, 한국은 2.3%를 국방비에 쓰고 있다.

    WSJ는 또 미국이 일본과 체결한 양해각서(MOU)의 세부 내용도 일부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의 투자금은 금속, 에너지, 인공지능, 양자 컴퓨팅 등 '경제 및 국가 안보 이익을 증진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분야'에 투자된다고 명시됐다.

    특히 각 투자를 위해 대통령이나 대통령이 지정한 관리자가 통제하는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하기로 했다. 일본은 투자금을 45일 이내에 제공해야 하며, 거부하면 높은 관세가 부과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또 일본과 미국은 이익이 발생하면 '정해진 배당액'에 도달할 때까지 수익을 나누고, 이후엔 미국이 90%를 차지하도록 했다.

    WSJ은 "일본과의 MOU 세부 내용을 살펴보기 전까진 투자가 성공처럼 보인다"면서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투자는 TSMC가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 같은 민간 기업 투자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적으로 미국 정부, 즉 대통령과 그의 대리인 재량에 달려 있는 정부 간 투자인데 이는 의회의 예산 책정이나 법률 없이 운영되는 사실상의 국부펀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막대한 자금이 부패의 가능성을 낳는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WSJ는 이번 협상이 이례적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WSJ는 "미국 역사상 대통령에게 수천억 달러를 마음대로 투자하도록 맡긴 전례는 없다"면서 "그것도 자의적인 관세를 부과해 동맹국에 지불을 강요하거나 아니면 다른 방법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말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만약 민주당 대통령이 이런 짓을 한다면 공화당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청문회를 열 것이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며 "머지 않아 '트럼프 펀드'도 마땅히 받아야 할 동일한 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