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다움' 복원 없이 대한민국 미래 없다이전투구 멈추고 국민 보듬어야사법부가 제 역할해야하나, 상황은 기대난망
  • ▲ 윤석열 대통령(우측)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뉴데일리
    ▲ 윤석열 대통령(우측)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뉴데일리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은 만남의 물꼬를 트고 전 국민 25만 원 지원, 해병대원 사망 특검법 등에서 서로 입장 차를 확인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양측 모두 필요에 따라 만난 만큼 애초부터 의제 합의는 기대하지 않았을 터이다.

    회담 직후 여야가 합의해 처리한 이태원참사 특별법과 민주당이 단독 통과 처리한 채상병 특별법을 정부로 이송하면서 강대강 대치 국면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정국 주도권 쟁탈전 재연은 영수회담 취지 퇴색은 물론 정치권의 이전투구에 국민들의 냉소와 시름만 더욱 깊게 만드는 자해행위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22대 국회에서 나아질 전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2024년 총선은 한국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기이한 특성을 보여주었다. 극단적 비대칭 여소야대 구조, 진영 간 적대적 팬덤 현상과 범죄피의자·전과자·비리혐의자 다수 당선으로 선량(選良) 취지 퇴색은 물론 당동벌이(黨同伐異)정치 일상화 고착 가능성을 높였다.

    이는 곧 국가 방향성 상실과 사회규범·상식의 파괴, 몰염치·적반하장이 활개를 치는 아노미(anomie)사회로 치닫는 서곡이자 불길한 징후가 아닐 수 없다. 정치지도자의 아집과 독선으로 인한 상하·수평적 소통 흐름 단절과 측근 아부꾼의 장막(帳幕)은 필시 민심을 차단·왜곡·변질시켜 여민동락과 여야 협치를 가로막는 암적 요소다. 자고로 당파 간 적대적 공존정치와 민심과 괴리된 갈라파고스 정치로 성공하기란, 늘 낙타가 바늘을 구멍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법이다.

    일찍이 플라톤은 국민이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고 했다. 이러한 비극적 사태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목도(目睹)·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여야가 소모적인 정쟁을 멈추고 초당적 협치를 통해 당면한 민생경제 살리기, 노동·연금·교육개혁 등을 추진함과 동시에 급변하는 국제정치·경제정세에 기민한 대응을 하는 희망의 정치가 요구되고 있다.

    우선 민생경제부터 해결하는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산층은 적고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이 많은 소위 ‘아령형 사회’구조형성으로 인한 극심한 양극화와 저성장 고착화로 포퓰리즘 유혹에 쉽게 빠질 가능성이 높다(홍성국, 수축사회).

    또한 정부와 의사단체 간에 2개월 여 치킨게임 중인 의료대란도 발등의 불이다. 꼬일 대로 꼬인 고르디우스 매듭(Gordian knot) 풀기는 양측의 유연성 발휘와 정치권의 중재가 필요하다.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에 신축성을 보였음에도 의료계가 백지화 요구와 의대증원 학칙개정 부결 등 강경 일변도로 대처하는 것은 실익보다 잃는 게 많을 수 있다. 전문직역 종사자가 그들만의 소도(蘇塗)에서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고 민주주의 뒷받침 이론인 사회 계약설까지 부인하는 태도는 국민의 비판을 받아 운신의 폭 축소 초래가 불가피해 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국제질서 및 공급망 재편과 북한핵·미사일위협 등 국가위기대응도 시급한 과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은 하마스-이스라엘 전쟁, 이란- 이스라엘 간 주고받기 공습 그리고 미중 패권 다툼 등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는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 더욱이 고도화·정밀화한 북한군사위협에 상시 노출된 환경에서 안보 소홀은 국가존망과 국민생사를 저버리는 일이다.

    견고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미·일 협력을 지렛대 삼아 인·태지역 소다자(mini-lateral)그룹 참여, 반도체 등 첨단소재 공급망 편입,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 안보·경제 네트워킹 확대, 양안 관계 및 트럼프 리스크 관리 그리고 3축 체계 업그레이드 등의 대응책 마련은 한시가 급한 처지다.

    이처럼 국가적 위기에 선제적 예방·대응을 위해 온 국력을 투사해도 역부족인 마당에 정치권의 당리당략과 소모적 정쟁으로 날을 지새우는 행태는 국민들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미래 세대에 죄를 짓고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야는 극단적이고 퇴행적인 정치행보를 자제해야 한다. 과유는 불급이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지배가] 원칙이나 [다수의 횡포](Tyranny of the majority)라는 폐단도 있다. 이러한 역기능을 제어하는 역할 기능이 사법부에 있으나 정치의 사법화(Judicialization of politics)와 사법부의 정치화가 심화된 작금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기대난망이다.

    정치권력이 오직 공공선을 위해서만 행사되고 여야가 대화와 타협을 하는 정치다움이 복원될 때,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가 담보될 수 있다. 국가적 위기 극복은 평화와 번영의 토대이고, 제2의 임진왜란·한일합방을 막는 방파제다. 국민적 집단지성 발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