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아닌 영남의 힘" "혁신 비대위 필요""연속 참패인데 이번이 낫다는 건 정신승리""192석 野에 갖다 바쳐놓고 한가할 수 있나"
  • ▲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가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리고 있다. ⓒ이종현 기자
    ▲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가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리고 있다. ⓒ이종현 기자
    국민의힘 수도권 지역 당선인들이 18일 참패 원인 분석에 나섰다. 수도권에서 5번 연속으로 당선된 윤상현(인천 동구·미추홀을) 의원은 이날 '2024년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를 열고 총선 이후 당 수습 방향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날 세미나에는 김용태(경기 포천·가평)·김재섭(서울 도봉갑) 당선인과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 박상병 정치평론가, 서성교 건국대 행정대학원 특임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세미나에서 총선 참패 원인에 대해 '전략 부재' '영남 중심의 구조적 한계' 등을 한목소리로 지적하면서 당 쇄신에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 의원은 "이번 총선은 집권당으로 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참패"라며 "수도권 위기론에 대한 의견을 당 지도부에 줄기차게 전달했지만 수도권에 맞는 인물을 전략 배치하거나 전략적 메시지, 정책 등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또 "192석을 야권에 갖다 바쳤는데 이렇게 한가할 수 있나. 지금도 위기가 위기인지를 제대로 인식 못하는 것이 우리 당의 현실"이라며 "당장이라도 새 원내대표를 뽑아 비상대책위원회든 혁신위든 출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및 당대표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야 한다는 주장에 반기를 든 것이다.

    윤 의원은 '실무형 비대위'가 아닌 '혁신형 비대위'가 필요하다고도 역설했다. 그는 "TF팀이든 혁신위든 비대위든 만들어야 한다"며 "전당대회를 하기 위한 룰 세팅을 다시 하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관리형보단 혁신위 성격의 비대위가 들어서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영남권 중심의 구조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윤 의원은 "총선 참패에 있어 구조적 원인은 영남 중심 당의 한계"라며 "그렇다 보니 공천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당 지도부와 대통령에게 바른소리를 못한다"고 질타했다.

    윤 의원은 "영남권 의원과 수도권 의원은 같은 현상을 보고 분석하는데 현실 인식 차이가 너무 크다"며 "영남 중심 당이 되고 공천에 목을 매는 게 구조화됐는데 이걸 혁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태 당선인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선 공감을 표하면서도 "이번 총선으로 국가개혁을 이끌 추진력이 상실되고 공정함에 대한 신뢰관계가 깨졌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나아갈 방향으로 '청년·중도·보수 대연합'을 제시했다. 김용태 당선인은 "민주당 지지 연령대로 알려진 40대, 50대, 60대 초반까지는 이른바 586세대와 X세대"라며 "이분들은 민주당 지지보다 더 강하게 반보수 성향을 갖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좋아서 투표하기보다 보수정당이 싫어 투표한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청년과 중도, 보수가 대연합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섭 당선인은 낙선인들의 목소리를 통해 반성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도 크게 지고 이번 총선에서도 비슷하게 지니까 익숙한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느껴져 우려스럽다"며 "당선인 총회도 가봤고 낙선인 모임에도 가봤다. 같은 선거를 치르고 같은 이념을 가지고 싸웠는데 온도가 너무 달랐다"고 했다.

    당의 안일한 모습도 지적했다. 그는 "2020년 총선 패배 후 다시 2024년에서 패배해 보수 재건이라는 이름으로 세미나에 참석한 것을 보니 데자뷔 같고 그래서 안타깝다"며 "지난 총선이나 이번 총선 똑같이 참패했는데도 '이번이 저번보다 낫다'는 정신승리를 하거나 '앞으로 잘 될 거야'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사실 희망회로나 거의 신앙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도 국민의힘의 위기의식을 지적했다. 그는 "부산 지역구의 모 의원은 지난 선거보다 5석 더 이겼고 격차를 줄였으니 다음 정권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한다"며 "이번엔 탄핵 저지선을 읍소해 108석을 했는데 그런 인식이 놀랍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은 진짜 국민의힘이 아니라 영남의 힘이다. 수도권 정서와 전혀 다르다"며 당 해체 수준의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