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국민 담화로 의료개혁 추진 배경 구체적 설명의료개혁 계속 추진…증원 조정 가능성 열어둬"인기없는 정책도 국민이 필요하면 실천""국민 생명과 건강 걸린 문제 어떻게 외면하나""보편적 이익 반하는 카르텔과 타협하면 안돼"
  •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면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한 의료개혁을 추진하게 된 배경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정치적 득실을 따질 줄 몰라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인기 없는 정책도 국민에게 꼭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실천했다"며 대통령 취임 후 추진한 주요 개혁 과제(뉴데일리 2024년 3월 29일자 "정치적 불이익에도 국익·미래 위해" … 尹의 10대 정책, 선거 떠나 평가받아야 참조)들을 언급하며 자신의 정치 철학을 진솔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의료계가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올 경우 증원 규모에 대해선 논의할 수도 있다며 대화의 문을 열어뒀다.

    ◆의대 2000명 증원 재확인 … "합리적 방안 가져오면 논의"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며 "정치란 바로 우리 국민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의료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을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짙은 남색 정장에 하늘색 넥타이 차림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에 입장해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선 채로 51분간 1만4000여자 분량의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를 향해서는 "이제 와서 근거도 없이 350명, 500명, 1000명 등 중구난방으로 여러 숫자를 던지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지금보다 500명에서 1000명을 줄여야 한다는 으름장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2000명에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이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며 "정부의 정책은 늘 열려있는 법이다.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윤 대통령이 의료개혁은 계속 추진하되, 의대 증원 규모 2000명에 대해서는 조정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의료계가 의대 정원 규모와 관련해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전제로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올 경우에 한해 기존 2000명 증원에서 축소도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미 증원을 발표한 2000명이 전국 의대별로 배정이 완료됐기에 축소하더라도 그 폭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이날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보건사회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공신력 있는 기관들이 조사한 자료에 기반해 '2000명 산출 근거'를 설명했는데, 의료계가 이를 뒤집을 만한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 '국민께 드리는 말씀' 발표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 '국민께 드리는 말씀' 발표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화물연대 사태 소환한 尹 "의사 증원 국가적 과제"

    윤 대통령은 "의사 증원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고 강조하며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그동안 추진한 주요 개혁 과제들을 일일이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만드는 구조적인 문제를 잘 알면서도 이해집단의 저항에 굴복한다면 정치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며 "정상적인 국가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국민 여러분께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약속드린 여러 개혁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까지 전력을 다해왔다"며 "구조적 고질적 문제를 개혁하는 것이 바로 국민이 선출한 정부의 역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정치적 득실을 따질 줄 몰라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고통에 신음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보았기 때문"이라며 "누군가 국민과 국익만 바라보고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개혁에 뛰어들지 않는다면 이 나라에 미래가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저는 공직생활을 할 때부터 대통령이 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쉬운 길을 가지 않았다"며 "회피하고 싶은 인기 없는 정책도 국민에게 꼭 필요하다면, 국익에 꼭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실천하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또 2022년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 사태를 언급하며 "당시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며 '타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총 932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며 "선량한 화물차 기사들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했고, 결국 사태를 해결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건설 현장의 건폭에 대응할 때도 노조 단체와 지지 세력들은 정권 퇴진과 탄핵을 외치며 저항했다"며 "만약 그때 물러섰더라면 건물과 산업시설 건설에 엄청난 차질이 빚어지면서 우리 경제와 일자리에 악영향을 끼쳐 결국 국민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갔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윤 대통령은 "건전재정 기조에 대해서도 여당과 지지자들도 반대했다. 앞으로 총선을 치러야 하는데 건전재정이 말이 되냐는 얘기를 숱하게 들었다"면서 "우리 정부 출범 당시 6~7%에 이른 물가가 건전재정 기조가 아니었다면 지금 2~3%대로 잡히지 않았을 것이고, 과도한 국채 부담으로 국채와 회사채 금리가 치솟았을 것이며, 고금리 시대에 금융시장 안정을 기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한일 관계 복원 노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망가진 한일관계를 개선하려고 했을 때는 당 안팎에서 지지율을 걱정했다"며 "그런데 지금 연간 1000만 명 가까운 양국 국민이 상호 방문하고 있고, 양국 기업들의 협력은 활발해지고 경쟁력은 향상됐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사교육 카르텔을 혁파하고 늘봄학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며 "아이들과 미래 세대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데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또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과 관련 "원전 정책 정상화는 탈원전 세력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치기도 했다"며 "하지만 결국 원전 생태계가 살아났고 우리 모든 산업 생태계가 활력을 찾게 됐다"고 했다.

    ◆"국민 생명과 건강 걸린 문제에 유불리 따지면 안돼"

    윤 대통령은 "'옳은 정책이지만 지지율이 떨어진다', '그걸 꼭 지금 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며 만류하고 막아서는 사람이 많았다"면서 "지금 의료개혁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걸린 문제를 어떻게 대통령이 유불리를 따지고 외면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은 "역대 어느 정부도 정치적 유불리 셈법으로 해결하지 못한 채 이렇게 방치돼 지금처럼 절박한 상황까지 온 것"이라며 "국민의 보편적 이익에 반하는 기득권 카르텔과 타협하고 굴복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료개혁이라는 과업에서 의사 증원은 최소한의 필요조건일 뿐이고, 더 많은 충분조건들이 보태지면서 완성될 것"이라며 "대통령인 제게 가장 소중한 절대적 가치는 바로 국민의 생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