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 임기 연장 부결러시아, 대북제재 '일몰조항' 주장하며 거부韓 "러, 北 범죄 상황에 CCTV 파괴한 것"
  • ▲ 2023년 12월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인도주의적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 투표가 진행되는 모습. ⓒAP/뉴시스
    ▲ 2023년 12월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인도주의적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 투표가 진행되는 모습. ⓒAP/뉴시스
    대북 제재의 이행을 감시하고 위반 사항을 조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전문가 패널'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몽니로 다음 달 30일 활동을 종료한다. 전문가 패널이 창설 15년 만에 처음으로 활동을 중단하면서 국제사회는 안보리 대북 제재의 이행에 필수적인 제도적 수단을 상실하게 됐다.

    안보리는 28일 오전(뉴욕 현지시간) 전체회의를 열고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내년까지 1년 연장하기 위한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찬성 13표, 반대 1표, 기권 1표로 부결됐다. 안보리 이사국 10개국 중 한미일 등 13개국은 찬성했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비토)을 행사하고 중국은 기권하면서다.

    러시아는 대북 제재에까지 적용할 일몰조항(특정 시한이 지나면 효력이 자동으로 사라지게 하는 조항)을 이번 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에 넣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패널 임기에만 적용했던 일몰조항을 대북 제재에도 적용하면 전체 대북 제재가 사실상 백지화된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전문가 패널이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거래 현황이 담긴 정례 보고서를 발표하자 러시아가 전문가 패널 활동을 차단하고자 기권표를 던질 명분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는 지난 22일 실시할 예정이던 표결을 한 차례 미루면서까지 러시아와 협의를 계속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대북 제재 결의 이행을 감독하는 안보리 북한제재위 산하 전문가 패널 임무 연장 결의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다수 이사국의 압도적 찬성에도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우리 정부는 유엔의 대북 제재 이행 모니터링 기능이 더욱 강화돼야 할 시점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안보리 이사국의 총의에 역행하면서 스스로 옹호해 온 유엔의 제재 레짐과 안보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키는 무책임한 행동을 택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고 비판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이날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안이 러시아의 반대로 부결된 것을 두고 "마치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에서 CCTV를 파손한 것과 비슷하다"며 "(러시아가)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고수하는, 익숙하고 뚜렷한 수법을 채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시점에서 러시아는 핵무기 비확산 체제 수호나 안보리의 온전한 기능 유지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탄약 및 탄도미사일 공급을 위해 북한을 두둔하는 데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패널은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1874호에 따라 창설됐다.

    패널은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과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 총 8개국에서 각각 파견한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된다. 패널은 대북 제재 결의 위반 사항은 독립적으로 조사해 연 2회 보고서로 발간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재 이행 관련 권고를 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