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김부겸·정세균에 친문 윤건영·임종석"좌고우면 시간 없어 … 당 지도부 결단 촉구"찐명이 뭐길래 … 이재명, 양문석 논란에 외면
  •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책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총선 후보자 대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김부겸 상임공동선대책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총선 후보자 대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의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논란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 내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양 후보의 과거 발언에 '문제가 없다'라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달리,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결단'을 촉구하며 압박에 나서는 등 민주당 수뇌부에서 파열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김부겸 위원장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제22대 총선 후보자 대회 참석에 앞서 양 후보를 만났다. 양 후보가 먼저 김 위원장에게 "저한테 워낙 화가 많이 난 것 같다"고 운을 떼자 김 위원장은 "지금 수습할 수 있는 건 당신밖에 없다"고 했다. 사실상 '후보직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스스로, 여기서 새로운 게 뭔가 더 나오면 그건 우리도 보호 못한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공천 갈등으로 지도부를 떠난 후 복귀한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도 복귀 6일 만에 대립각을 세웠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무현 대통령님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이번 만큼은 지킬 것"이라며 "이번 만큼은 후회할 일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양 후보의 노 전 대통령 비하 발언 논란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친노(친노무현)계도 반발하고 나섰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정세균 전 총리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김대중과 노무현을 욕 보이고 조롱한 자를 민주당이 당의 후보로 낸다는 건 당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노무현의 동지로서 노무현에 대한 모욕과 조롱을 묵과할 수 없다. 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공천 취소를 촉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로 서울 종로에 출마한 곽상언 민주당 후보도 "깊이 유감으로 자신의 정치적 인식이 저열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 ▲ 부겸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노무현 비하' 논란에 휩싸인 양문석 경기 안산갑 예비후보에게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 부겸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노무현 비하' 논란에 휩싸인 양문석 경기 안산갑 예비후보에게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금 수습할 수 있는건 당신 밖에 없다"고 양 예비후보에게 말했다. ⓒ뉴시스
    친문(친문재인)계도 격양된 반응을 쏟아냈다. 친문계 핵심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침묵을 깨고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고 일갈했다.

    임 전 실장은 전날 '긴급호소문'이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바로잡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라"며 "모두가 힘을 모아 윤석열 정권 심판에만 집중하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건영 의원도 힘을 보탰다. 윤 의원은 같은날 페이스북에 "노무현 대통령님이 살아 계셨다면 오늘 이 상황에 '허허' 웃으며 '냅둬라' 했을 것 같다"며 "대통령님은 그런 분이지만 저는 가슴 깊이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기 어렵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대통령님을 '매국노'라 부른 사람이 민주당 후보라고 한다"며 "당사에는 대통령님 사진을 걸어두고, 당 후보는 대통령님을 매국노라고 하는 이 괴이한 상황을 어찌 국민들께 말씀드려야 하나"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속이 협량한 탓인지 몰라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며 "당 지도부에 바란다. 결단을 촉구한다"고 했다.
  •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6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청 인근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6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청 인근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친명(친이재명)을 넘은 '찐명'(진짜 이재명계)으로 분류된는 양 후보의 공천을 둘러싸고 친문·친노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국회의원 총선거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양 후보가 노 전 대통령을 '매국노', '불량품' 등에 빗대 원색적으로 비난한 사실이 알려지자 친노계의 분노를 샀고, 양 후보가 경선에서 맞붙었던 상대가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전해철 의원이었던 만큼, 두 사안이 맞물려 당 내 갈등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이 대표는 현재까지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자유'라며 양 후보의 논란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을 비난한 정치인을 '비토'하지 않았을 것이며 나도 마찬가지"라며 "표현의 자유가 있다. 다만 그 선을 넘느냐, 안 넘느냐인데 국민 폄훼나 소수자, 약자 비하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 이 대표가 자신의 측근인 양 후보를 엄호하고 있는 모습을 연출하자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민주당에 대한 심판론에 다시 한번 불을 지피며 주도권 탈환에 돌입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첫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은 민생이야 어떻게 되든 대표의 묻지마 방탄에만 올인할 후보로 친명 일색으로 다음 국회를 구성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시스템공천에 따라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국민의 비판에 그때그때 반응하고 겸허하게 수용하고 열심히 일할 후보들을 내세우고 있다"고 차별화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