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본 갭투자'로 33명에게 52억원 받아 나눠 가진 뒤 돌려주지 않아임차인 있어도 대부업체 근저당권 설정 뒤 대출금 나눠 먹어
  • ▲ 법원. ⓒ정상윤 기자
    ▲ 법원. ⓒ정상윤 기자
    빌라 30여 채를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사들인 뒤 52억 원에 달하는 임차보증금을 임차인들에게 돌려주지 않은 60대 남성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 정재용 판사는 11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모(63) 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부동산 중개 브로커 강모(39) 씨, 대출 브로커 이모(66) 씨를 대상으로 한 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이씨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자 이날 이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씨를 제외한 부동산 중개 브로커 강씨와 대출 브로커 이씨가 혐의를 부인하거나 혐의와 관련한 대답을 미루자 이씨를 대상으로 한 변론만 종결한 뒤 나머지 피고인들을 대상으로 심리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씨 측 변호인은 "공범의 제안으로 범행이 시작됐고, 명의 대여만 했다"며 "범행으로 인한 이익이 크지 않은 점 등을 참작해 달라"고 최후변론했다.

    이씨는 최후진술에서 "공범들에게 명의만 빌려줬고, 실제로 대가로 받은 돈은 520만 원뿐"이라며 "이씨(대출 브로커)를 통해 임대차되는 사람들은 전혀 몰랐던 점을 참작해 달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정 판사는 이씨에게 선고를 바로 내리지 않고 공범들을 대상으로 한 심리를 마친 후 이들과 함께 선고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이씨는 2017년 11월~2019년 2월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33명에게 전세보증금 총 52억 원을 받아 챙긴 뒤 이들에게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씨 등이 강서구 일대에 매물로 나온 빌라를 찾은 뒤 임차인으로부터 매매대금 이상의 보증금을 받아 소유자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동시진행' 방식을 이용해 수십 채의 빌라를 소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 등은 전세보증금 일부를 나눠 가졌고, 또 대부업자 등에게 해당 빌라에 임차인이 있다는 사실을 속이고 근저당권을 설정한 뒤 대출금을 받아 나눠 가지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빌라 등을 대상으로 근저당권이 설정되고 이후 다른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게 된 이씨가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게 되자 검찰은 이씨를 직접 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