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1971년 제동된 그린벨트 활용방안 연구용역 착수지역주민 주거환경 악화, 주변 지역과의 개발 격차 등 문제정권마다 이용… 총선 앞두고 포퓰리즘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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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 지금 독자들이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이슈를 진단하고 방향성에 물음표를 던집니다.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서 객관적인 해법에 대한 '경우의 수'를 제시하되 결과에 도달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1971년 도입돼 53년간 개발이 제한돼온 서울 그린벨트 해제가 추진된다. 도시 확산을 방지하고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지나친 규제로 집값 폭등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최근 집값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비수도권의 그린벨트 규제를 대대적으로 풀기로 한 데 이어 서울시도 개발할 수 있는 땅을 늘리기 위해 그린벨트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다만 그린벨트 해제는 해당 구역에 산업단지나 주택단지 등의 수요가 있느냐가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무작정 해제하고 보자는 식은 다가오는 총선을 위한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 6일 그린벨트 조정 및 해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서울의 개발 가용지 부족과 주민 불편을 해소하고 도시공간 대개조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서울시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서울시는 이번 용역을 통해 개발제한구역을 대상으로 한 행위 제한과 자연환경 보존이라는 획일적 기준에서 벗어나, 현실적이고 변화하는 도시공간에 관한 인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준을 모색할 방침이다. 용역은 올해부터 내년 9월까지 진행된다.

    서울시는 구역별 여건 분석과 자치구의 의견수렴을 거쳐 올해 안에 새로운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그린벨트 내 불합리한 관리 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한다.

    현재 서울시에는 서초구 23.89㎢, 강서구 18.91㎢, 노원구 15.9㎢ 등 19개 구에 걸쳐 149.09㎢의 면적이 그린벨트로 지정돼 있다. 서울 전체 면적의 25%다.

    30만㎡(9만900평)를 기준으로, 그 이상 넓은 땅은 정부가, 그 미만의 작은 땅은 서울시가 해제 권한을 갖고 있다. 다만 최대 14.6㎢(441만6500평)까지만 해제가 가능한데, 이것만 해도 여의도 면적의 5배가 넘는다.

    업계에서는 강남구 수서차량기지, 강서구 김포공항 인근 지역 그린벨트가 우선적인 개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들 지역은 지하철·도로 등 교통망을 잘 갖춘 데다 평지가 많아 즉시 개발이 가능하다. 

    과거 이명박정부는 강남 내곡·세곡동 그린벨트를 해제해 시세의 절반 가격에 분양하는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해 서울 집값을 안정시켰다.
  • ▲ 서울시내 개발제한구역.ⓒ서울시
    ▲ 서울시내 개발제한구역.ⓒ서울시
    서울 그린벨트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해제 논란에 휩싸였다. 이명박 대통령뿐 아니라 노무현정부 때는 은평구 그린벨트를 풀어 은평뉴타운을 만들어 아파트를 공급했다. 문재인정부 때도 수차례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에 나섰지만, 서울시가 반대해 무산됐다. 

    그린벨트는 무분별한 도시 확산을 막고 생태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국토를 위한 정책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1년 영국의 그린벨트 제도를 본떠 시행했다. 서울의 과밀화 현상을 막고 도심의 자연환경 보전을 위한 핵심 정책이었다.

    일각에서는 당장 그린벨트를 더 많이 해제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이미 해제된 그린벨트 지역을 어떻게 개발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2021년 12월을 기준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배분한 해제 가능 총량 531.6㎢도 현재 어떻게 개발할지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그린벨트를 풀면 첨단 산업이 유치되고, 지역경제의 부흥이 가능할 것처럼 발표했지만 이는 확인된 바 없는 정부의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그린벨트를 해제하려면 관련 법에 따라 이미 해제가 가능한데, 이렇게 연구용역까지 하는 것을 보면 뭔가 노리는 것이 있다"면서 "그린벨트의 무분별한 훼손은 미래세대의 자산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