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 언급 빠져탈북자 강제북송 주체인 중국 명시 못 해TJWG "강 차관, 기자시절 쓴 기사들 잊었나"
  • ▲ 강인선 외교부 제2차관이 27일(현지시간) 스위스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에 참석해 기조 발언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 강인선 외교부 제2차관이 27일(현지시간) 스위스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에 참석해 기조 발언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 중인 강인선 외교부 제2차관이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의 인권 현실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온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탈북자(탈북민) 강제북송(강제송환) 주체인 중국을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차관은 27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사무소에서 열린 '제55차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 기조 발언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한국에서 제작한 드라마를 보는 것만으로도 사형 등 엄벌에 처해지고 있다며 "북한이 불법 무기 개발에 재원을 전용해 주민들의 기본권이 계속 박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차관은 탈북자의 강제송환 보도가 이어지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강제 송환 주체인 중국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대신 "유엔 회원국들이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존중해 달라"고만 언급했다.

    아울러 우리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표명한 것처럼 국제사회의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계속 기여할 것이며, 올해 '여성과 함께하는 평화 기금(200만 불)'을 출범시키는 등 취약 계층의 인권보호 차원에서 국제사회의 여성·평화·안보(WPS) 의제를 적극 추진 중이라고 언급했다.

    강 차관은 우리 정부가 올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기부금을 두 배 이상,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40% 증액한 것을 언급하며 국가들의 인권 역량 강화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5~2027년 임기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입후보한 우리나라에 대한 회원국들의 지지를 당부했다.

    한편, 이날 강 차관은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 최고 대표를 만나 북한 인권 등 주요 인권 현안과 우리 정부와 OHCHR 간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했다.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UNHCR) 최고 대표와의 면담에서는 전례 없는 난민 위기에 대해 주요 공여국인 우리나라가 필요한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우리나라의 올해 UNHCR 비지정 기여금은 약 1800만 달러(240억6780만 원)에 달한다.

    외교부는 강 차관의 이번 회의 참석을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우리나라의 국제 인권 보호와 증진에 대한 기여 의지를 재차 강조하고 올해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발표 10주년을 맞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이해를 한층 제고하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강 차관이 유엔 인권 분야 연례 최고위급 회의인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기에서 국군포로, 납북자, 억류자 문제와 중국의 탈북난민 강제송환 문제를 제기할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대표는 통화에서 "강 차관은 기자 시절 납북가족을 인터뷰해 정부의 소극성에 대한 피해가족들의 원망을 알리며 우리 정부가 북한의 우리 국민 억류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며 "납북자, 억류자 문제를 등한시했던 역대 정부들에 대해 일침하는 칼럼도 쓰곤 했다. 자신이 쓴 것을 잊고 영혼 없는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된 것인가. 우리 국민을 보호는 헌법상 의무로 정부가 일관된 메시지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