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학원 파산 위기가 '엘펜하임 운영난'까지 초래엘펜하임, 일반 임대아파트로 탈바꿈 돼 불법 홍보식당까지 폐쇄해 입주 노인들 배달음식으로 끼니 해결용인시, 불법 운영 인지하고도 "엘펜하임 매각이 급선무" 방관
  •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엘펜하임에 눈이 쌓여 있다ⓒ황지희 기자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명지엘펜하임에 눈이 쌓여 있다ⓒ황지희 기자
    재단 운영을 둘러싸고 잡음이 계속되고 있는 수도권 유명 사학재단 '명지학원'이 운영하는 실버타운 '명지엘펜하임'이 입주민들과 운영사 간 갈등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에 위치한 총 336가구 규모의 이 시설에 거주하는 입주자들은 "노년에 편히 살려고 시설에 들어왔는데 오히려 눈물만 흘리고 있다"고 하소연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관할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본보가 지난달 말 시설을 직접 방문해 만난 입주민 A씨(86)는 "2021년 6월부터 사우나와 식당 등 모든 시설을 폐쇄해 버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006년부터 해당 시설에서 거주하고 있는 A씨는 초기 분양 단계에서 약속했던 모든 것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본보 취재진이 방문한 엘펜하임은 편의시설 대부분이 폐쇄된 채 '실버타운'이라기에는 궁색한 모습이었다. 

    2004년 처음 분양될 당시에는 골프장과 입주자 전용 셔틀버스는 물론 사우나와 식당, 의무실 등 웬만한 편의시설을 모두 갖춘 프리미엄 실버타운이라고 홍보했던 곳이지만 이 약속들이 모두 지켜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특히 입주민들을 현혹시켰던 골프장은 용인시로부터 허가를 받지 못해 아예 삽조차 뜨지 못한 상태다.

    현재 해당 시설 입주민 33명은 운영사 측에 계약사항 미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명지학원 재정 파탄이 엘펜하임 부실 운영 초래"

    입주민들은 엘펜하임 부실 운영의 책임은 전적으로 명지학원 측에 있다는 주장이다.

    명지학원이 재정난에 시달리면서 엘펜하임을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고, 2019년 4월 민간업체인 '태광피엠지'에 20년 간 엘펜하임 운영과 재임대를 맡기면서 문제가 불거졌다는 주장이다.

    입주민들은 "태광피엠지가 관리한 이후부터 '관리비 절감'을 명분으로 편의시설을 하나둘 폐쇄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마지막 남아 있던 식당까지 문을 닫아 버렸다"고 토로했다.

    A씨는 "경비를 더 내더라도 초기 계약할 당시 약속했던 대로 (단지 내에서) 식사도 해결하고 재활 운동도 할 수 있는 노인복지주택으로 운영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태광 측은 귀를 닫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 ▲ 명지엘펜하임 단지 중앙에 위치한 복지관 자동문이 닫혀 있다ⓒ황지희 기자
    ▲ 명지엘펜하임 단지 중앙에 위치한 복지관 자동문이 닫혀 있다ⓒ황지희 기자
    "입주민들 배달음식으로 끼니 챙겨… 운영사, '불법' 지적에도 여전히 임대사업"

    식당이 없어진 이후 입주민들은 끼니를 배달음식에 의존하고 있다. 입주자 대부분이 고령이어서 스스로 식사를 준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입주자 B씨(87)는 "식당이 없어져 매번 배달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며 "노년을 정리할 생각으로 실버타운에 들어왔는데 오히려 주변에 민폐만 끼치고 있다"고 개탄했다.

    엘펜하임은 지난 3월 용인시로부터 용도변경 위반 건축물로 지정된 상황이다. 태광피엠지가 단지 내 시설을 보수한 뒤 '풀옵션 아파트'로 홍보하며 불법 임대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엘펜하임은 용인시로부터 2017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보증금 반환 채무 미이행'을 이유로 시설 폐쇄 및 전원 조치 통지를 받았다. 

    하지만 태광피엠지 측은 여전히 임대 홍보 현수막을 게시해 놓고 불법 임대사업을 지속하고 있다.

    이와 관련 용인시 측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짧은 답변만을 내놓은 채 수수방관했다. 

    엘펜하임에서 12년째 거주 중인 C씨(80)는 "용인시에 수차례 탄원서를 제출했지만 사태 해결에 무관심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 ▲ 명지엘펜하임 정문에 입주자를 모집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황지희 기자
    ▲ 명지엘펜하임 정문에 입주자를 모집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황지희 기자
    용인시 "엘펜하임 매각이 우선... 운영 관여 어려워"

    용인시는 명지학원이 회생 절차에 들어간 만큼 매각이 성사되는 것이 우선이라는 시각이다.

    명지학원은 지난해 7월 법원으로부터 엘펜하임 매각 등이 담긴 회생계획안을 인가받고 지난 1월 회생 절차를 종결했다. 학원 측은 오는 2028년까지 엘펜하임을 적임자에게 매각해 채무를 변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용인시 측은 입주민 피해와 갈등을 두고 "명지학원의 채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인복지시설 설치 신고를 요구하면 입주자들의 보증금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용인시 노인시설과 관계자는 "행정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앨펜하임) 매각 후 본래 목적대로 운영되도록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생계획안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당국이 운영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는 취지다.

    다만 태광피엠지의 불법 임대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난달 태광피엠지 측에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며 "건축법상 용도가 노유자 시설로 돼 있는데 실제로는 공동주택으로 임대 홍보를 하고 있어 건축법 용도변경 위반으로 행정처분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태광피엠지 측은 "일부 편의시설을 폐쇄할 때 입주민 과반의 동의를 받았다"며 "현재는 명지학원이 회생 절차 중이어서 적자 등으로 인해 편의시설들을 원상복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명지학원 관계자는 "엘펜하임의 부실운영 문제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엘펜하임을 정상화할 수 있는 곳에 매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