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황태자' 임종석 공천배제에 문명 갈등 폭발친문,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고 단체행동 움직임 이재명-문재인, 2017년 대선 경선부터 악연 시작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문 전 대통령과 인사 나누며 피습당한 목의 흔적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문 전 대통령과 인사 나누며 피습당한 목의 흔적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서울 중-성동갑 지역구에서 공천배제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사실상 결별을 선언한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총선을 앞두고 친문(친 문재인)과 친명, 양 계파의 사생결단이 임박한 것이다.

    친문계를 자처하는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27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임 전 실장 배제는 사실상 이 대표가 통합 의지가 없다는 점을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면서 "자신의 식구만 챙겨서 친위부대를 양성한다면 이번 총선이 성공이라고 스스로 자백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이날 오전 임 전 실장 공천배제 소식을 알리며 서울 중-성동갑 지역구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공천했다. 

    친문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임 전 실장은 줄곧 이 지역구 출마 의사를 강하게 표출해왔다. 문 전 대통령과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도 이 대표에게 임 전 실장 공천을 당부했다고 전해진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임 전 실장이 험지에 나가 희생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친문은 이런 상황을 이 대표가 당내 최대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계획이라고 본다. 

    민주당은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치른다. 배지를 단 임 전 실장이 이 대표와 당대표선거에서 맞붙으면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 정치적 부담을 사전에 제거하고, 친명과 친문이 공존하는 한 지붕 두 가족 살림을 끝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는 이유다. 

    친문계는 문재인정부의 황태자로 불렸던 임 전 실장 공천배제를 결국 자신들을 향한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재인청와대 출신 고민정 의원은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했다. 단체행동 조짐도 보인다. 모임을 구성해 이 대표에게 대항해야 한다는 의견에 점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민주당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 대표가 자기를 추종하는 사람들을 공천해 당을 완전히 이재명당으로 만들려는 의도"라면서 "같은 처지에 처한 인사들이 모두 모여 조직력을 보여줘야 할 때가 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친명계는 친문계가 공천에 불복한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사실상 당 시스템을 향한 도전으로, 해당 행위라고 보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맞붙었던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에게 "토론을 안 한다" "재벌을 도와주는 후보" "정책이나 비전이 없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통령은 TV 토론 등에서 이 대표에게 수차례 불쾌함을 표시했다.

    이 대표는 이듬해 친문 핵심으로 불리는 전해철 의원과 민주당 경기도지사후보 경선에서 경쟁했다. 

    경선 과정에서 '혜경궁 김씨(@08_hkkim)' 트위터 계정이 이 대표의 배우자인 김혜경 씨로 보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혜경궁 김씨는 트위터에 "문재인 대통령 되면 꼭 노무현처럼 될 것" "문재인이나 와이프나 생각이 없다"는 등의 글을 썼다. 

    하지만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대선후보가 되면서 문 전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 대표는 2021년 10월 대선후보가 된 지 16일 만에 청와대를 찾아 "지난 대선에서 모질게 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