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역 도보 3분' 논현동 건물 지난달 공매로 매각입주자들, 재계약 못하고 쫓겨날 처지전문가 "잠재가치 고려하면 매각 상식적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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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국유자산 건물을 최근 민간에 갑자기 팔아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건물은 캠코가 임대사업을 하던 건물로 입지 조건 등이 좋아 미래가치가 우수한 곳으로 갑작스런 매각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잠재적 가치가 높은 '강남 빌딩'을 민간에 매각한 캠코의 결정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21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캠코는 지난달 4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한 건물을 '온비드' 공매를 통해 매각했다. 캠코는 국유자산을 관리하는 준정부기관으로 온라인 입찰 시스템 온비드를 이용해 국유자산 중 불용(不用)자산을 매각해 세수를 확보하는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캠코, '신사역 코앞' 알짜배기 건물 민간에 매각 

    캠코가 매각한 건물은 지하 1층~지상 6층, 연면적 1080.52㎡(320여평)로 지난 2008년 완공됐다. 지하 1층 주차장과 지상 1층~2층 제1종 근린생활시설, 3층~6층 다세대 주택으로 구성돼 있다. 다세대 주택은 전용면적 25㎡~58㎡의 원룸과 투룸으로 캠코에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를 제공하고 있었다. 

    3호선과 신분당선의 환승역인 신사역까지의 직선거리가 200m 안팎으로 도보로 3분이면 지하철역까지 도달할 수 있는 이른바 '노른자 땅'이다. 

    캠코는 지난해 12월 이 건물을 최저 입찰가 107억7100만 원에 공매로 올렸다. 이어 지난 1월 1일 공매가 개시된 지 불과 3일 만인 같은 달 4일 125억6900만 원을 적어낸 입찰자에게 낙찰됐다. 낙찰자는 이달 중순 계약금 10%를 지불하며 계약을 완료한 상태다. 계약일로부터 60일 내에 잔금을 치르면 건물의 소유권은 낙찰자에게 완전히 넘어가게 된다. 

    ◆전문가들 "잠재가치만 따져봐도 팔아선 안 될 곳...매각 이해하기 어려워" 

    업계에서는 잠재적 가치가 높은 '노른자 빌딩'을 민간에 팔아 넘긴 캠코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사역 코앞에 위치한 '알짜배기' 건물이란 점을 감안할 때 국가가 지속적으로 보유하면 추후 더 많은 세수 수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불용자산을 매각해 세수를 확보하는 캠코 공매 시스템 취지와도 맞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해당 건물은 상가와 다세대주택 임대로 완공 후부터 매달 수천만원대에 달하는 임대수익이 발생하는 곳인데다 추후 용도 변경 등을 통해 수익을 더 늘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해당 건물 주변은 유명 병원과 고급 상권이 밀집해 건물주들이 막대한 임대수익이 발생하는 곳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정평가사는 "해당 건물 매각가는 현재 가치로만 따져보면 적정 수준인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입지조건 등을 고려하면 해당 건물이 불용자산으로 보기 어렵고 다른 수익성 증대 방안이나 미래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민간에 넘긴 것은 일반적인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거주민들 "매각 사실 듣지도 못했다…아닌 밤중에 날벼락" 

    또다른 문제는 갑작스런 매각으로 인해 해당 건물 입주자들이  보금자리를 떠나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낙찰자는 건물 소유권을 넘겨 받은 뒤 해당 건물을 일반 사무실과 오피스텔 임대 등으로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해당 건물에 거주하던 거주민들은 재계약을 하지 못하고 졸지에 내쫓길 처지에 놓였다. 

    한 거주민은 "옆집들이 슬슬 비어가는 느낌을 받긴 했지만 건물이 팔렸다는 얘기는 듣지도 못했다"면서 "아마 건물을 매각하기 위해 계약만료인들과 재계약을 진행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거주민도 "입주민에게 사전 통보도 없이 이런 식으로 갑작스레 건물을 민간에 매각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캠코 측은 "기존 임대차 계약을 승계하는 조건으로 건물을 매각했다. 건물이 매각됐다는 소식은 건물 관리인과 유선 등을 통해 거주민들에 통보했으나 전달이 안된 경우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캠코가 갑작스레 해당 건물을 민간에 매각하게 된 이유와 낙찰자가 소유권을 넘겨 받은 뒤 입주자들과 반드시 재계약을 해야 하는 강제 조항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한편 본보는 향후 건물의 사용 계획과 청년 입주자 계약 연장 여부 등을 묻기 위해 낙찰자와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