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밀실공천 논란' 점입가경… 비명계 "폭발 직전"

더불어민주당의 밀실공천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민주당 후보 적합도를 묻는 출처 불명의 여론조사가 계속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직접 전화를 걸어 불출마를 압박하는가 하면, 친명계를 중심으로 비공개 회의가 개최된 점도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비명계에서는 "공천학살을 하더라도 시스템대로 하라"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국 각지에서 민주당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가 속출하고 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여론조사로, 민주당 내부에서는 밀실여론조사가 진행된다는 반발이 나온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18일 민주당 의원 단체 채팅방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 대상 여론조사 내용을 공유하면서 불만을 터뜨렸다. 해당 지역에서는 나경원 전 의원이 국민의힘 후보로 단수 공천받았는데, 그 상대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이 포함된 경쟁력 조사가 진행됐다.

이 의원은 단체 채팅방에 "험지에서 1~2% 차이를 두고 격전을 벌이고 있는데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지역구와 무관한 사람을 여론조사 돌리니 당연히 힘이 빠진다"면서 "시스템 공천을 믿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제3의 인물을 넣어 여론조사를 하니 보도가 다 나온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 대표도 직접 이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불출마해야 한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이 의원에게 "상대 후보와 2~3%p 지지율 우세를 가지고 경쟁이 되겠느냐"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 서갑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에 참여하는 새진보연합 상임대표 용혜인 의원의 경쟁력을 묻는 여론조사가 비명계 송갑석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에서 진행됐다. 

송 의원은 19일 성명을 내고 "광주 곳곳이 경선 홍역을 치르고 있다. 광주의 봄이 뒤숭숭하다"면서 "무기력하게 받아들이는 자, 비겁하게 방관하는 자 모두 역사의 죄인"이라며 불편해했다. 

이낙연 개혁신당 공동대표와 가까운 설훈 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부천을에서는 설 의원을 빼고 친명계 인사로 분류되는 김기표 변호사의 경쟁력을 묻는 질문이 담긴 여론조사가 진행됐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여론조사와 함께 친명계의 밀실회의 여부를 두고도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 등 친명계 인사들이 모여 공천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민주당은 즉각 부정했다. 민주당은 성명을 통해 " 이재명 대표는 비공식 실무회의를 지시한 바 없고, 실무회의가 열린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민주당이 직접 부인했지만 당내에서는 이 같은 회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접한 의원이 많다. 여기에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당 소속 의원들의 해명 요구에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답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비공개 회동이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19일 통화에서 "자주 모여 말씀들을 하신다는 이야기를 어깨 너머로 들었다"면서 "공관위원장도 주의해서 하겠다고 설명하시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혼란은 '현역 평가 하위 20% 명단'이 통보되면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명단 중 비명계가 다수를 자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공천 논란은 이제 출발도 안 했다. 당하는 사람들이 폭발하기 직전"이라면서 "당 지도부가 이런 식으로 오해를 자초하며 공천하면 능력 있는 사람들이 공천을 받더라도 피해를 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