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첫 운행 시작… 합정~동대문역 구간 9.8km 순회 운행새벽시간대 근로자 위한 ‘자율주행 새벽동행버스’ 시행 예정자율주행 마을버스, 자율주행 택시 등 도입 임박
  • ▲ 심야 자율주행버스인 A21번 버스.ⓒ연합뉴스
    ▲ 심야 자율주행버스인 A21번 버스.ⓒ연합뉴스
    "탑승하신 버스는 자율주행으로 운행하는 버스입니다. 입석이 안 돼서 자리에 앉아주셔야 합니다. 자리에 앉으시면 안전벨트 매 주세요."

    자정에 가까운 시간 서울 마포구 '합정역' 버스 정류장에서 'A21번' 버스에 승차하자 안전요원이 승객들에게 주의를 준다. 어린 시절 '안내양'이 자리를 알려주던 버스를 타고 학교를 다녔던 추억이 떠올랐다.

    '세계 최초의 심야 자율주행 버스'라는 거창한 타이틀과 달리 외관은 일반 시내버스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운전석에 운전기사가 앉아 있는 모습 또한 익숙한 광경이다.

    다만 운전기사는 두 팔을 들어 보이며 자율주행으로 운행한다는 점을 알려줬다. 운전석 바로 뒤편에는 좌석이 아닌 각종 센서와 도로 및 운전 정보를 모니터링하는 장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첫 운행을 시작한 이 버스는 심야 이동 수요가 많은 합정역~동대문역 구간 9.8km를 순회 운행한다. 운행 시간은 막차가 끊기기 시작하는 오후 11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5시10분까지 70분 간격이다. 다만 시속 30~40km로 일반 버스보다 저속으로 주행한다.

    이날 버스에 함께 탑승한 한 젊은 승객은 "친구들과 술자리가 길어져 심야 버스를 타게 됐다"면서 "느린 주행 속도가 아쉽기는 하지만 기사님이 핸들을 조작하지 않아도 알아서 버스가 좌·우회전을 하는 모습은 신기하다"고 말했다.
  • ▲ 심야 자율주행버스.ⓒ서울시
    ▲ 심야 자율주행버스.ⓒ서울시
    서울시는 올해 심야 A21번 버스의 운행 구간을 청량리역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총 운행 구간은 약 13km나 된다.

    서울시는 A21번 버스 운행 결과를 토대로 올 하반기 '자율주행 새벽동행버스'를 출범한다. 미화원·경비원 등 새벽 첫차를 타는 근로자들의 교통 편의를 돕겠다는 의도다.

    서울 부도심지역에서 강남·여의도 등으로 이동하는 주요 버스 노선의 경우 새벽 첫차부터 이용객들이 몰려 혼잡한 경우가 많다. 버스 노선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새벽시간대 운행을 기피하는 특성상 버스기사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서울시는 시내버스 첫차 운행 시간보다 약 30분 빠른 오전 3시30분부터 자율주행버스를 운행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첫차가 약 30분 빨라지는 효과가 생겨 새벽 출근길 이용객들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첫 운행 노선은 '도봉산역~종로~마포역~여의도역~영등포역 구간(25.7㎞)'을 운행하는 '160번'이 될 예정이다. 첫차 혼잡도가 심하고, 자율주행 안전성이 높은 노선이다.

    아울러 새벽 혼잡 노선인 '146번' '148번'과 유사한 '상계~강남·서초' 노선으로도 운행을 확대하고, 점차 자율주행 상용화와 연계해 혼잡 노선에 자율주행버스를 지속적으로 투입할 방침이다.

    나아가 서울시는 '심야 자율주행 택시'도 운행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빠르면 오는 7월부터 버스 등 대중교통이 잘 다니지 않는 자정부터 오전 5시 사이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택시 도입을 추진 중이다.

    강남을 시작으로 추후 3개 지역 이상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24시간 서비스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먼저 도입한 미국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안전과 관련한 우려는 해결해야 할 문제다.

    서울시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돌발상황에도 (안전요원이) 대응할 수 있고, 손해배상 관련 보험도 의무화돼 있다"면서 "첨단 교통정책으로 시민들의 삶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