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공천은 당이" '한동훈표' 공천에 힘 실어공천 결과에 따라 尹-韓 갈등으로 번질 수도시스템공천 내세우지만 형평성 논란 고개
  •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국민의힘이 4·10 총선 공천을 위한 본격적인 채비에 들어가면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결정에 따라 총선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공천관리위원회의 부적격자 발표에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인사가 나오는 등 여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천 결과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 2라운드'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공관위는 오는 13일부터 17일까지 지역구 공천 신청자를 대상으로 면접에 들어간다. 설 연휴가 끝나고 현역 '컷오프'(공천 배제) 명단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여 당 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공관위는 지난 6일 공천 신청자 849명 중 29명을 부적격 대상자로 확정했다. 이들은 면접에도 참여하지 못하며 공천 심사에서 원천 배제됐다.

    성폭력 2차 가해, 직장 내 괴롭힘, 학교폭력, 마약 범죄 등 '신 4대악 범죄'와 배우자·자녀의 입시·채용 비리, 본인 및 자녀의 병역·국적 비리 등 4대 부적격 비리를 저지른 인사는 공천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벌써 공관위 결정에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공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김성태 전 의원은 지난 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참담한 결과는 우리 당과 대통령 주변에 암처럼 퍼져 있는 소위 '핵관'(핵심 관계자)들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자녀 부정 채용 청탁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 받았다가 사면·복권됐다.

    ◆공정한 공천 자신하지만 고무줄 규정에 잡음 커져

    공관위는 당 역사상 처음으로 '시스템공천'을 내걸고 공정한 공천을 자신했지만, 곳곳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며 잡음이 커지고 있다.

    공관위는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현역 의원에게 경선 득표율에서 15% 감산하는데, 행정구역 개편, 당 약세 지역, 타당 소속 당선 포함 지역구 다선의원 등도 예외 없이 페널티를 부여한다. 5선인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갑)은 21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을'에서 '수성갑'으로 지역구를 옮겼지만 동일 지역구로 판정 받아 페널티를 적용 받게 됐다.

    반면 공관위는 폭행으로 인한 집행유예 전력이 있는 당내 인사에 대해선 '오래 전의 일'이라는 이유로 별다른 페널티를 주지 않기로 했다. '공관병 갑질 의혹'의 박찬주 전 육군 대장도 감산점에서 제외되며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당 내에선 "폭행보다 동일 지역구 중진이 더 나쁘다는 뜻이냐"라는 말까지 나왔다.

    한 여권 인사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아무리 텃밭이라도 다선을 하는 게 쉬운 줄 아냐"며 "그들도 지역에서 잘했으니 다선을 하지 않았겠냐. 그 전에 경선, 본선을 다 이기고 당선된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공관위는 원칙을 내세우지만, 공천 평가 영역이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 여지도 다분하다. 현역 의원이나 원외 당협위원장의 경우 ▲경쟁력(여론조사) 40점 ▲도덕성 15점 ▲당 기여도 15점 ▲당무감사 20점 ▲면접 10점이, 비당협위원장은 나머지는 동일하고 당 및 사회 기여도 35점으로 평가한다.

    당 기여도는 당 대표인 한 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의정활동과 당 내 활동을 바탕으로 평가한다. 도덕성의 경우에도 폭행 집행유예 인사가 페널티를 피하는 등 공관위 '입맛'대로 조정이 가능한 것이다.

    한 여권 인사는 "공관위가 시스템공천을 내세우지만 자기들 입맛에 맞게 할 것"이라며 "공천룰을 다 설명해도 어차피 위에서 다 장난질 칠 거라는 걸 대부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동훈 "이기는 공천 하겠다" 당내 리더십 강조

    한 위원장은 지난 7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공천 개입 논란이 있다'는 질문에 "공천은 당이 공정하게 하고 있다. 제 말이 안 믿어지나"라며 "공천은 당이 할 거고 이기는 공천, 설득력 있는 공천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당 내에서는 설 명절이 지나고 '컷오프'와 단수·전략공천 명단이 가시화되는 등 공천 결과에 따라 현재 일부 인사의 반발 정도의 잡음이 내분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 참모 출신 공천 신청자가 30여 명인 데다가 대부분 국민의힘 현역 의원과 맞붙는 '양지'를 택한 만큼 한 위원장의 결정에 따라 윤 대통령과의 갈등 2차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한 위원장도 '당의 공천'을 강조하며 자신이 힘을 갖고 진두지휘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만큼 공천장에 한 위원장의 도장을 받은 '한동훈표 공천'에 총선 승패가 달린 셈이다.

    이미 당에서는 낙동강 벨트 승리를 강조하며 5선의 서병수 의원(부산 부산진갑)과 3선 김태호(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조해진(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에게 각각 더불어민주당 전재수(부산 북·강서갑), 김두관(경남 양산을) 민홍철(경남 김해갑), 김정호(경남 김해을) 의원 지역 출마할 것을 요청했다. 당 관계자는 "영남권 중진을 중심으로 험지 출마 요청이 계속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한 위원장의 공천이 대통령실 반발에 부딪힐 경우 '옥새(玉璽) 파동'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옥새 파동은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당 내 친박(친박근혜)과 갈등을 겪으면서 일부 선거구 공천에 대한 공관위 결정에 대표 직인 날인을 거부하고 부산으로 내려간 상황을 뜻한다. 당 대표 직인을 '옥새'로 표현해 '옥새 들고 나르샤' 등으로도 불린다.

    한 위원장은 지난 7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이번 총선에서 저희가 생각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저는 당연히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라며 이번 총선에서 과거의 실기는 되풀이 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