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지원자 늘리려 점수 조작…법원, "사회질서 반한 위법행위"1심 정신적 피해보상 위자료 5000만원 → 2심 3000만원으로 감경
  • 공개채용 과정에서 명문대 출신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다른 지원자의 면접점수를 하향 조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모 시중은행이 피해자에게 3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서울고법 민사15부(부장 윤강열 정현경 송영복)는 2016년 하반기 A은행 신입 행원 공개 채용에서 합격권에 들었지만 면접점수 조작으로 불합격 통보를 받은 피해자 B씨가 A은행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은행이 채용공고 등 절차를 통해 응시자로 하여금 채용 절차가 객관적이고 공정할 것이라는 기대를 줬다"며 "인사권자의 행위가 응사자의 기대와 신뢰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그 정도가 건전한 사회통념상 용인 될 수 없어 사회 질서를 반한 위법·불법행위라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앞서 A은행 인사담당자는 이 사건 재판에 출석해 "스카이(서울대.연세대.고려대) 대학 지원자 비율이 2015년 19%이었는데 2016년도에 6~7%로 감소했다"며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조직에 맞는 사람을 뽑는 것이 인사 담당자의 역할이라 생각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이 같은 관련자들의 진술에 비춰 재판부는 "A은행의 행위는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자의적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지원자에 대한 불법 행위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A은행 채용비리 사건'은 지난 2016년 하반기 신입 행원 공개 채용 과정에서 A은행이 이른바 '스카이(SKY) 대학' 출신 지원자의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타 대학 출신 지원자 7명의 면접점수를 내리는 등 점수를 조작한 사건이다.

    소송을 제기한 B씨는 동국대 출신으로 최종 면접에서 4.3점을 받아 합격권에 들었으나 점수가 하향 조정돼 3.5점을 받아 최종 불합격했다.

    B씨는 A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개시된 뒤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이 채용 비리 피해자임을 알게 됐다. 이후 B씨는 2020년 5월 A은행을 상대로 위자료 1억 원과 손해배상 1억1000만 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 1심 재판부는 A은행이 B씨에게 정신적 피해 보상 등으로 50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므로 피고는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으나 "원고가 이 사건 행위가 없었더라도 반드시 행원으로 채용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며 위자료 액수를 3000만 원으로 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