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 의사 밝힌 후 험지 전략공천·경기 선대위원장 검토경기지사 경선 탈락 후 사실상 불복 후 선거 안 도와예전보다 합리적 이미지 없다는 지적도
  • ▲ 유승민 전 의원.ⓒ뉴데일리DB
    ▲ 유승민 전 의원.ⓒ뉴데일리DB
    유승민 전 의원이 최근 신당행설을 일축하며 당 잔류를 택하자 국민의힘 내에선 총선에서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유 전 의원이 주요 선거에서 희생한 적이 없는 데다 지방선거 경선 탈락 후 합리적 이미지가 옅어지면서 정치적 매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잔류 밝히며 총선 출마는 열어둔 유승민

    31일 여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유 전 의원의 역할론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8일 페이스북에 "당을 지키겠다. 공천 신청은 하지 않는다"며 "우리 정치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복무하도록 남은 인생을 바치겠다"고 당 잔류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 내부 입지가 좁아진 상황에서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행 등 제3지대에 몸담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으나 당에 남기로 한 것이다. '공천 신청은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총선 불출마를 못 박은 것이 아닌, 당으로부터 전략공천을 받거나 비례대표로 나설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 일각에서는 유 전 의원이 당에 남기로 한 만큼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도 이미지가 강한 유 전 의원에게 수도권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거나 경기도 험지에 전략공천하는 방식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선언한 윤희숙 전 의원은 전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유 전 의원이 수도권에서 소구력이 있는 분"이라며 "(유 전 의원의 메시지는) 희생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곳에 배치하든 당에서 알아서 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실제 당 내에서는 유 전 의원을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선을 한 경기 오산이나 안산 등 당이 힘든 경기 서남부권에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유 전 의원이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다. 유 전 의원은 2022년 6·1 지방선거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서 김은혜 전 의원에게 패했다.

    당시 유 전 의원은 "권력의 뒤끝이 대단하다. 윤 당선인과의 대결에서 졌다"며 "공정도, 상식도 아닌 경선이었다. 2016년 진박 감별사들이 칼춤을 추던 때와 똑같다"고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경선에서 쓴맛을 본 후 경기지사 선거를 돕지 않은 채 잠행했다.

    경기 오산은 지난 총선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최윤희 전 합참의장을 전략공천하고도 안 의원에게 두 자릿수 차로 패배한 곳이다. 유 전 의원을 여기에 전략공천할 경우 유 전 의원이 받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합리적 이미지 예전보다 옅다는 평가

    유 전 의원이 굵직한 선거에서 희생하는 모습을 보인 바 없다는 점도 당 안팎에서 주요하게 보고 있다. 경기지사 선거도 당시 대선 승리 후 지방선거 훈풍이 불던 때에 올라탄 것이지, 당을 위해 나선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혜훈 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전종철의 전격시사'에 출연해 "2020년으로 돌아가 보면 미래통합당으로 합당되기 직전에 새로운 보수당 멤버들이 종로 출마를 (유 전 의원에게) 강력히 권했다"며 "그런데 (유 전 의원이) 끝까지 고사했다"고 전했다.

    수도권 선거를 이끌 경기도 선대위원장을 맡기기에도 예전보다 중도·합리적 이미지가 옅어졌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미 지역구가 안정적이고 전국적 이미지를 보유한 분당갑의 안철수 의원이 있는 만큼 안 의원에게 경기도 선대위원장을 맡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이 이번 선거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였으면 지난 지방선거 경선에서 탈락한 후 김은혜의 손을 들어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