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정당 창당 발기인 모집 절차…다음주 발기인 대회 예정35개 비례 정당 난립으로 투표용지만 48.1cm 기록한 곳도갈팡질팡 민주당…'국힘 했으니 우리도 하자' 명분 쌓아주기
  •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장동혁 사무총장.ⓒ서성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장동혁 사무총장.ⓒ서성진 기자
    국민의힘이 위성정당 창당 절차를 본격화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병립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갈팡질팡하자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에 대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시간을 끄는 민주당 전략에 말린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준연동형 비례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선 약속이었으나, 국민의힘이 했으니 민주당도 하겠다는 길을 열어줬다는 지적이다.

    26일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이날부터 위성정당 창당 발기인 모집 절차에 들어갔다. 신당을 창당하기 위해서는 200명 이상의 발기인이 창당발기인대회를 거쳐 중앙당창단준비위원회를 결성해야 한다. 최소 5개 시·도당을 만들고 각 1000명 이상의 권리당원을 모아야 한다.

    국민의힘은 다음주 발기인 대회를 연다는 목표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 내부에선 이같은 사실을 '쉬쉬'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초 준연동연 비례제 유지에 반발했고, 지속적으로 병립형으로 회귀를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병립형 비례제는 비례대표 의석을 각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누는 것이다. 국회의원 300석 중 253석은 지역구이고, 47석의 비례대표를 득표율에 따라 배분해 인지도가 높은 거대 양당에 유리하다.

    반면 준연동형 비례제는 지역구 의석수가 전국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그 차이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보장해주는 제도로 군소정당에 유리하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기 위해 정의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 등과 연합하며 준연동형 비례제가 도입됐다.

    그러나 거대 양당이 각각 위성정당을 내며 제3지대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한 정의당은 지역구 1석에 비례대표 5석으로 총 6석,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3석에 그쳤다. 지난 총선 당시 35개의 비례 정당이 난립하면서 투표용지는 역대 최장은 48.1cm를 기록하는 곳도 있었다.

    위성정당의 당명은 국민의힘을 연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지난 총선에서도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명은 미래한국당이었다. 두 정당 모두 상징색을 분홍색으로 하며 사실상 '한 몸'임을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본격적으로 위성정당 창당 실무작업에 들어간 것은 민주당이 선거제를 놓고 갈팡질팡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선후보던 이재명 대표는 2022년 2월 14일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례대표제를 왜곡하는 위성정당을 반드시 금지하겠다"며 위성정당이 없는 준연동형 비례제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등 소수정당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위성정당 없는 준연동형 비례제는 민주당의 '필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별다른 접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4·10 총선 후보자 등록신청일이 3월 21~22일 점을 고려해 국민의힘이 민주당 답변을 더는 기다리지 않고 실무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위성 정당이 빠르게 만들어진다면, 설 연휴 직후인 2월 15일 국고보조금(경상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국고보조금 총액의 50%는 교섭단체(20석 이상)가 가져가고 5석 이상 20석 미만 정당은 총액의 5%, 5석 미만 정당은 2%를 받는다.

    민주당이 갈피를 못 잡는 와중 국민의힘이 선제적으로 나선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이 '국민의힘이 먼저 시작했으니, 우리도 하겠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대표가 자신이 공약 파기가 아닌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해 국민의힘이 도입한 위성정당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여론전으로 책임 전가에 나설 수도 있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여당이라면 정치개혁과 정치 혁신 제도 개혁에 앞장서야 하는데 '우리 당은 소수당이야. 그래서 의석수를 많이 얻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야'라고 항변하는 것은 정치 개혁을 할 의지와 자격이 없는 집단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민주당이 선거제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 빅 이벤트인 총선 전략을 세우지 않고 바라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우리 당을 지키기 위해, 협상 카드를 위해서"라며 "누가 칼을 들고 쫓아와서 나를 죽이려고 하는 데 나도 우선 칼을 들고는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