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의 '1기 공수처', 3년간 유죄 '0건''이성윤 황제조사', '민간인 사찰' 논란도연평균 150억 예산 사용… "존재 의미 증명 못해"
  • ▲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 16일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기자실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수처
    ▲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 16일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기자실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공수처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오는 19일 퇴임한다. 

    판사 출신인 김 처장은 2021년 1월21일 문재인 정부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는 고위 공직자들의 비위를 엄단하겠다며 야삼차게 출범시킨 공수처의 초대 사령관으로 낙점돼 지난 3년 간 '1기 공수처'를 이끌어왔다.

    김 처장은 지난 16일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어느 정도 기반은 마련하고 간다"고 자평했지만 공수처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혈세를 투입한 공수처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물론이고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조차 공수처의 '공(公)'을 따 '공()수레가 요란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실제로 17일 공수처에 따르면 지난 3년 간 공수처가 고위 공직자를 기소한 사례는 3건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법원에서 유죄를 받아낸 사건은 현재까지 '0건'이다. 김 처장의 퇴임에 '빈손 퇴임' '실적 제로(0)' 등의 부정적 꼬리표가 따라 붙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처럼 공수처가 여론의 뭇매를 맞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무용론'을 제기하며 공수처 지속 여부를 심각히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수처, 3년 간 기소 3건, 유죄 '0건'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제19대 대선 당시 공약으로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폐지하겠다"며 공수처 설립을 약속했다. 이후 민주당은 2019년 4월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고 같은 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법안 처리 과정에서 일부 여야 의원들 간 폭행사건이 발생하고, 처장후보자를 대통령이 지명하게 돼 있어 사실상 '정권 수호처'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등 공수처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은 길을 걸었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1호 사건'으로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사건을 직접 수사하고 기소했다. 

    김 전 부장검사가 2015년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합수단)으로 재임하면서 수사 편의를 대가로 박모 변호사로부터 100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 받았다는 의혹이었다. 

    공수처는 2022년 3월 김 전 부장검사를 기소했지만 같은 해 11월 1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이어 지난 10일 항소심도 김 전 부장검사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부산지검 검사를 지낸 윤모 씨가 고소장 등 수사기록을 위조했다는 2호 사건도 지난해 9월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해당 사건은 2022년 대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선고유예가 확정된 사안인데 공수처가 별도 혐의로 다시 기소했으나 무죄가 나왔다. 3호 사건인 손준성 검사장의 '고발 사주' 사건은 아직 1심이 진행 중으로 3년간 1기 공수처의 유죄 선고율은 0%다. 

    공수처가 자체 인지한 사건인 '경찰 간부 뇌물수수' 사건은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되면서 수사가 표류하고 있다.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한 5건의 사건도 1심에서 집행유예가 나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해직교사 채용비리 사건을 제외하면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는 상태다. 

    '황제조사, 민간인 사찰' 각종 논란으로 잡음

    '실적 논란'과 별개로 공수처는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당시 서울고검장)을 대상으로 한 황제조사 논란과 민간인 사찰 등으로 다양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공수처는 2021년 3월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의 피의자였던 이 연구위원을 소환하면서 공수처장 관용차를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출입 기록이나 조서도 남기지 않으면서 '황제조사'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2021년 12월에는 공수처가 기자와 국회의원 등 수백 명의 통신 기록을 조회했다는 사찰 논란으로 비판을 받았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공수처의 존재 의미를 묻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3년간 연평균 150억원 수준의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공수처는 출범 첫 해인 △2021년 232억1800만원 △2022년 197억770만원 △2023년 176억8300만원 △올해는 206억8018만원의 예산을 배정 받았다. 또 매년 수십억원의 예산이 불용되면서 예산 과다 편성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조인은 "공수처가 출범 이후 존재 의미를 증명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민간인 사찰 등 기존 수사기관의 잘못된 수사 관행을 답습하면서 비판을 자초한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2기 공수처가 제 역할을 하려면 무엇보다 수사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 처장과 차장이 모두 수사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이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수사 경험이 있는 간부와 검사, 수사관들을 적극 충원해 조직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