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극초음속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전문가들 "시험발사는 성공, 아직 완성단계는 아냐"마하10 이상이면 '한미 미사일방어체계' 무력화 우려
  • ▲ 북한 미사일총국은 지난 14일 오후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전투부를 장착한 중장거리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왼쪽부터 2024년 1월 14일에 발사된 고체연료 추진 극초음속 미사일, 2022년 1월과 2021년 9월의 액체연료 추진 극초음속 시험발사 장면. ⓒ북한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북한 미사일총국은 지난 14일 오후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전투부를 장착한 중장거리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왼쪽부터 2024년 1월 14일에 발사된 고체연료 추진 극초음속 미사일, 2022년 1월과 2021년 9월의 액체연료 추진 극초음속 시험발사 장면. ⓒ북한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신형 고체연료 추진체를 사용한 극초음속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는 북한 주장의 사실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북한 대외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미사일총국이 "지난 14일 오후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전투부를 장착한 중장거리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시험발사는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미사일총국은 이번 시험발사의 목적은 "중장거리급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전투부의 활공 및 기동비행 특성"과 "새로 개발된 다계단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엔진)들의 믿음성 확증"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이번에 시험발사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고도와 사거리, 미사일의 제원을 식별할 수 있는 이동식 발사대(TEL)는 공개하지 않았다. 김정은이 참관하지 않은 중간 단계의 시험이므로 북한이 굳이 제원을 밝히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사거리가 3000∼5500㎞에 달하는 IRBM의 타격권에는 평양에서 직선거리로 약 1400㎞ 떨어져 있는 일본 오키나와, 약 3500㎞ 떨어져 있는 괌 등이 들어간다. 한국과 일본, 괌에는 미군기지가 있으며 사거리 확장형 패트리어트인 PAC-3 MSE(Missile Segment Enhancement) 요격탄이 배치돼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고체연료 기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가 사실상 성공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아직 완성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그동안 북한은 중거리탄도미사일은 물론이고 극초음속 미사일에도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을 탑재해 발사해왔다"며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는 이유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령 괌이나 주일미군기지를 타격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 사무국장은 북한이 사전에 연료를 주입할 필요 없이 기습적으로 발사가 가능한 고체연료 엔진으로 시험발사한 이유 중 하나로 우리 군의 '킬체인(Kill Chain)'을 꼽았다.

    신 사무국장은 "극초음속 미사일로 괌이나 주일미군기지를 타격하기 전에 킬체인에 선제타격을 당하면 안 되니까 북한이 고체연료로 바꾸고 있다"며 "북한으로서는 안정성을 확보하는 과제가 남았으므로 조만간 김정은의 참관하에 재발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극초음속 미사일은 단순히 빠른 속력만이 전부가 아니라 비행 경로까지 변경할 수 있는 기동성까지 보여야 한다. 최초 발사에서 여기까지 검증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곧바로 이번 극초음속 3형을 2차 발사해 비행 경로 수정 능력을 검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이번 시험은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험발사라기보다는 IRBM 개발을 1단용 고추력 고체 로켓 개발에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그동안 북한이 열병식과 전시회에서 보여준 극초음속미사일은 웨지형 탄두를 기반으로 하며, 부스터로 사용한 화성-12형의 추진체도 훨씬 길다"면서도 "실제로 북한이 목표로 했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은 완성 단계는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장 교수는 그러면서 "결국 북한은 고체추진제 기반의 부스터를 사용하는 극초음속미사일과 동시에 IRBM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중장거리급의 극초음속미사일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를 회피하며 괌을 타격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이 개발한 고체연료 기반 극초음속 IRBM의 속도가 마하10 이상이라면, 이를 한미 미사일방어체계가 요격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마하10 이상의 속도로 변칙기동하는 극초음속미사일을 마하 4~5가량인 PAC-3의 요격탄이나 마하 8 정도인 사드의 요격미사일로는 요격이 쉽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양 연구위원은 "이번 미사일은 사거리 1000km이지만 저각발사였음을 감안한다면 최소한 3000km 수준의 사거리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며 "이번 발사는 최고고도가 50km를 넘지 않는 저각 발사(depressed launch)를 해 장거리에서 레이더 탐지가 쉽지 않으므로, 극초음속에 저각발사까지 더하면 탐지와 대응이 어려울 수 있음을 암시한다"고 우려했다.

    다만, 신 사무국장은 "북한이 시험발사한 극초음속미사일의 속도는 마하 6~10으로 알려져 있다. 즉, 최고속도가 마하10이라는 것이다. 선회기동하다 보면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요격이 가능하다고도 봤다.

    신 사무국장은 "탄도탄 요격체계는 이를테면 마하10 속도에 달하는 미사일을 탄도탄이 따라가서 요격하는 것이 아니다. 미사일의 경로지점에서 대기하다 요격하는 것이다. 그래서 탐지 센서들을 비롯한 각종 탐지자산들을 통합해서 탐지와 추적을 정확하게 한다면 요격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약 두 달 만에 대출력 고체연료 엔진을 극초음속미사일에 적용해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11월15일 "새형의 중거리탄도미사일용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엔진)들을 개발하고 1계단 발동기의 첫 지상분출시험을 11월11일에, 2계단 발동기의 첫 지상분출시험을 11월14일에 성과적으로 진행했다"고 발표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4일 오후 2시55분쯤 평양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중거리급 탄도미사일을 1발 발사했으며, 이 미사일은 1000㎞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

    국방부는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을 장착한 고체연료 IRBM을 발사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명백한 도발이라며 엄중히 경고하고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국방부는 15일 성명을 내고 "북한의 이 같은 행태는 탄도미사일 기술 활용을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우리 군은 북한의 다양한 미사일 위협 억제·대응을 위해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 실행력을 제고하고, 한국형 3축체계 등 자체적인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우리 군은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하에 북한의 다양한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만약 북한이 우리에 대한 직접적인 도발을 할 경우에는 '즉·강·끝(즉각, 강력히, 끝까지)' 원칙에 따라 압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1월14일 중거리급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비롯해 연초부터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우리 사회 국론분열을 꾀하는 언동을 지속하고 있는 데 대해서 강력히 규탄한다"며 "북한정권은 이러한 도발이 자신들의 체제를 지켜줄 것이라는 헛된 꿈에서 하루속히 깨어나 진정으로 북한 주민들을 위하고 한반도의 미래를 향한 올바른 길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