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정치 대한민국 못 살려, 원칙과상식과 협력" "당내 비판자와 지지자들은 '수박'으로 모멸받아"이준석 개혁신당과 연대엔 "협력할 수 있다"
  •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서성진 기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민주당 탈당을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저를 포함한 오랜 당원들에게 이미 '낯선 집'이 됐다"며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며 탈당 배경을 밝혔다.

    이어 이 전 대표는 "그럼에도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고 구현할 만한 젊은 국회의원이 잇달아 출마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당내 비판자와 저의 지지자들은 '수박'으로 모멸 받고 공격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후목불가조(朽木不可雕), 썩은 나무로는 조각을 할 수 없다는 공자의 말씀처럼 지금의 정치로는 대한민국을 살릴 수 없다"며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하려면 정치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현재의 양당 독점 정치구조를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온전하게 지속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혐오와 증오의 양당제를 끝내고,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를 시작해야 한다"며 "4월 총선이 그 출발이 되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특히 "'특권 없는 정치'와 '성역 없는 법치'를 꼭 구현하려 한다"며 "정권이 검찰의 칼로 세상을 겁박하고, 다수당의 의석수로 방탄하고, 대통령은 거부권으로 방탄하는 현실을 바로 잡자"고 역설했다.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을 위해 전날 탈당을 선언한 이원욱·김종민·조응천 의원 등 비명계 모임이었던 '원칙과 상식'과 협력하겠다 밝혔다. 아울러 제3지대 세력과의 연대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 등과의 연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뜻을 같이 하면 협력할 수 있고 또 협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제3지대 연합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에 대해선 "원래 대중정당에는 일정한 스펙트럼이 있기 마련으로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며 "너무 크게 볼 것은 아니고, 오히려 공통점을 찾아가는 게 훨씬 더 생산적일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전 대표는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함께하는 '3총리 연대설'과 관련 "세 사람이 함께 모이지는 않았지만 일대일로 만나서 국가와 당을 걱정하는 문제의식은 공유한 바 있었다"며 "앞으로 어떻게 하자는 이야기는 누구도 거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 129명은 이날 오전 이 전 대표 기자회견에 앞서 탈당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의원 129명은 성명서에서 "탈당은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했다. 의원 129명 대표로 성명서를 발표한 강득구 의원은 "탈당이 아니라 출당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런 노력을 평소에 당 변화를 위해 썼더라면 어땠을까"라고 했다. 

    이날 이 전 대표의 기자회견이 열린 국회 소통관 앞에는 일찍이 지지자들로 붐볐다. 그들은 이 전 대표를 향해 "이낙연"을 수차례 외쳤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30일 이재명 대표를 만나 당대표 사퇴를 전제한 통합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