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내년 총선서 사전투표 QR코드 → 바코드 변경… 수검표도 도입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보안장비 증설과 비인가자의 선거정보 시스템 접근 통제 강화 등을 통해 내년 총선에서 선거보안을 강화하기로 했다. 개표 과정에서는 분류기를 거친 전체 표를 대상으로 수개표 절차를 추가해 부정선거 우려를 차단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공정선거제도개선특별위원회 소속 유상범 의원은 28일 국회에서 "선거관리제도 개선 방안과 관련해 행정안전부·선관위와 최종 회의를 마쳤다"며 "망 분리 등 선거정보 시스템 보안을 강화하는 것으로 협의됐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방화벽 등 보안장비를 증설하고 비인가자에 대한 선거정보 시스템의 접근 통제를 강화하며, 선거망과 업무망 간의 업무적 망 분리를 추진해 보안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선관위·국정원·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합동보안점검팀을 구성해 국회 교섭단체 추천 여야 소속 참관인들의 참여하에 지난 7월17일~9월22일 보안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유권자 등록 현황, 투표 여부 등을 관리하는 '통합선거인명부시스템'은 인터넷을 통해 선관위 내부망으로 침투할 수 있고, 권한 및 계정 관리가 부실해 해킹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보안 취약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선관위는 향후 1년 이내에 완전한 망 분리를 통해 보안을 강화하기로 했다. 

유 의원은 "600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하고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총선 전까지) 할 수 있는 부분은 진행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전투표 단계에서는 투표용지의 QR코드를 바코드로 교체하기로 했다. 지난 총선 사전투표에서 바코드가 아닌 QR코드를 사용했을 당시 일각에서는 선거명 등의 정보가 담겨 비밀투표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부 시민은 국민의 선거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헌법재판소는 이를 각하했다.

사전투표 선거인 신분증명서 이미지 보관 기간은 현재 투표 마감 직후 이미지를 즉시 삭제하게 돼 있으나, 선관위가 규칙을 개정해 30일 연장 보관하기로 했다. 중복투표 여부 확인 등 선거쟁송에 적극 대응해 사전투표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이다.

사전투표함은 선관위가 시·도선관위원회 청사에 대형 모니터를 설치해 실시간 CCTV 영상을 공개하는 것으로 합의했고, 투·개표 종사자 인원 중 공무원 비율을 증가시켜 공정성을 높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방공무원의 선거사무 수당을 인상하고 개표업무 외에는 휴무를 보장하는 등 행안부가 선거사무인력으로 차출된 공무원의 처우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개표 분리기는 보안 USB만 인식하는 제어 방식을 도입하고 매체 프로그램에 투표지 원본 보존 절차를 반영하도록 했다. 잔여 투표용지의 경우 개표 공간과 분리하고 CCTV 등 보안장치가 있는 곳에 보관하도록 논의했다.

이와 함께 수개표 절차를 도입한다. 현재 개표 과정에서 분류기를 거친 후 수개표 과정을 추가해 실제로 분류기를 거친 투표용지가 제대로 된 번호가 찍힌 투표용지끼리 묶였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고, 계수기로 다시 한번 투표용지 수를 확인하는 과정을 도입한다.

수개표 절차가 도입됨에 따라 투표 결과 발표는 현재보다 다소 늦어질 수 있다. 유 의원은 "(현재보다) 최소한 3~4시간 이상은 소요되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사전투표관리관의 도장 직접 날인과 관련해서는 이견이 발생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유 의원은 "현 공직선거법 규정대로 사전투표관리관 도장을 실제 날인해야 하는데 선관위 측에서는 투표 대기시간이 증가하는 문제, 날인업무 인원의 증가, 소요 및 장소 확보 문제점 등을 제기하며 이 부분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못했다"고 전했다.

선관위는 27일 수검표 절차를 담은 선거 투명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선관위는 △수검표 절차 추가 △사전투표용지 일련번호 변경(QR코드에서 1차원 바코드로) △사전·우편투표함 보관장소 CCTV 상시 공개 △사전투표 선거인 신분증 이미지 보관기간 연장 △투표지분류기 보안 강화 △투표지 이미지 보관 개선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