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정책연구원, '2024년 아산 국제정세전망' 보고서 발표"북·중·러, 각자도생 가능성 높아… '신냉전' 구도 지속 어려워""北, 트럼프 승리가 점쳐지면 도발→협상 출구 위해 중대 도발"
  • ▲ 2019년 6월30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악수하는 모습. ⓒ북한 노동신문/뉴시스
    ▲ 2019년 6월30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과 경기도 파주 판문점에서 악수하는 모습. ⓒ북한 노동신문/뉴시스
    북한·중국·러시아가 '각자도생'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북한이 7차 핵실험, 신형 미사일이나 미사일 정상각도 발사 등 '중대 도발'을 고려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8일 연구원이 온라인 언론간담회를 통해 공개한 '2024년 아산 국제정세전망' 보고서에서 "중·러 연대가 지지부진해지면서 2024년 바이든의 재선 가능성이 작아지고 트럼프 승리가 점쳐지면 북한은 중대 도발을 고려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고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은 도리어 북한이 북·러 관계를 지렛대로 지나치게 한·미·일 3국을 자극하는 것을 우려할 가능성"이 높고 "북한 입장에서 고민은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더이상 좌시할 수 없어 개선 노력에 들어갔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고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우려하는 바로 북한이 만에 하나 위협적인 미사일 도발이나 7차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첫걸음을 내디딘 한일 안보협력이 빠른 속도로 확대돼서 동북아 대중(對中) 포위망이 더욱 견고해질 가능성, 그리고 한미 핵협의그룹(NCG, Nuclear Consultative Group)이 더욱 발전해 핵 공유에 가깝게 한미동맹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러시아의 셈법 또한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는 달리 복잡하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군사기술, 특히 발사체와 우주 관련 기술을 러시아로부터 얻어낸 사실이 확인될 경우 한국은 분명 우크라이나에 '직접 군사 지원'을 고려할 것이므로 한국의 우크라이나 전격 지원이 전쟁의 향방을 가를 수도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북한과 관계를 외교적 수사, 고위급 외교, 그리고 재래식 무기 지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데 부담이 된다"는 분석이다.

    "이는 북한에는 '전략 수정'이라는 딜레마를 안겨주고, 다시 한번 '도발-대화 사이클 전략'을 고려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 고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중국이 한·미·일과 관계 안정화를 추진하고, 러시아와 거래가 지지부진해질 경우 중국과 역내 국가들 간 갈등 단층선을 자극하고 중국을 자신과 함께 한·미·일과 대립하는 구도로 유도"하기 위해 "역내 국가들이 모두 우려하는 7차 핵실험, 신형 미사일이나 미사일 정상각도 발사 같은 중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고 선임연구위원은 "이 경우 강력히 반발하는 한·미·일이 제재 강화 요구와 추가 억제력 강화 조치를 통해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북한은 중·러와 연대가 자신의 전략에 도움이 아니라 부담이 될 경우 중대 도발로 판세 변화를 도모할 것이며, 이 경우 북한은 미국과 협상을 목표로 하는 과거 전략으로 회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고전적 대미 전략은 도발에서 협상으로 이어지는 출구전략"이며 "트럼프의 재선은 북한 입장에서도 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 고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2024년 미 정권 교체 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도발을 통한 '몸값', 즉 핵 능력을 최대한 과시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북한은 트럼프가 수성의 입장이었던 2020년 대선에서는 도발을 자제했던 것과 반대로, 트럼프가 공세적 입장을 취했던 2016년 대선에서는 최대 도발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몸값을 높였다. 이를 감안하면 2024년에는 도발 확대와 함께 대화를 병행할 수 있다"고 고 선임연구위원은 덧붙였다.

    고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복귀할 경우 중국을 제외한 북한·러시아와 미국의 관계는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는 이미 자신이 선출되면 취임 후 24시간 내에 우크라이나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고 천명했다. 이는 그가 러시아와 휴전하도록 우크라이나를 압박할 것이라는 의미로 보인다. 이 경우 러시아가 우위를 점한 상태로 우크라이나전쟁이 끝나면 푸틴은 승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고 선임연구위원은 다만 북한 '핵 올인' 전략의 궁극적 성공 여부를 가를 '신냉전' 구도는 지속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신냉전 구도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미국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거나 세 국가가 탄탄한 동맹을 맺었을 경우에나 성립되는데, 현재로서는 북·중·러 모두 각자도생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고 선임연구위원은 "반대로 중·러와 연대가 확고히 유지되고 바이든 재선 가능성이 점차 커진다면 북한은 러시아에 대한 군사지원과 핵전력 완성에 집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핵도발이 고도화되는 2024년 상황이 예측되는 바, 2023년 윤석열정부와 바이든 행정부가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NCG를 발족한 것은 좋은 선제적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며 "한미 양국은 미 대선 직전 불안정한 내부 상황을 악용하는 북한의 전략에 휘말리지 않고 확장억제 강화를 통해 한국에 대한 핵보장(nuclear assurance)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두현 수석연구위원은 "2023년 북·러 밀착과 북·중·러 3각 연대 강화 가능성은 북한 핵문제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전혀 다른 접근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핵개발을 동북아 안정을 해치고 미국과 군사충돌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요인이 아니라,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할 경우 러시아와 중국은 북한 핵개발을 최소한 방관하거나 오히려 지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일정 수준 핵 보유를 용인하거나 지원하는 대신 그에 대한 확실한 통제력을 추구할 것이라는 계산도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하에서는 충분히 추론이 가능하다"면서 "이 타협점이 북한의 전술핵 능력 인정"이라고 짚었다.

    차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전술핵 능력만으로 한국에 일상적으로 핵 협박을 하고 남북한 군사력에서의 우위를 보장받을 수 있다. 이 경우 북한은 '핵 보유국' 지위를 획득할 수 있게 된다. 2024년 미국 대통령선거 결과에 따라 북한은 이 협상 카드를 미국에 제시할 수 있고, 이는 한미동맹의 급속한 약화 혹은 와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