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보도 "北, 지난 8월 주민 2만5000명 앞에서 9명 총살"
  • ▲ 지난 2005년 3월 초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진행된 공개처형 장면. 기둥에 묶인 사형수가 총을 맞고 쓰러지는 모습이 흐릿하게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2005년 3월 초 북한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진행된 공개처형 장면. 기둥에 묶인 사형수가 총을 맞고 쓰러지는 모습이 흐릿하게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인권결의안이 다음주 유엔총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인 가운데, 북한에서 소고기를 팔다 적발된 남녀 9명이 지난 8월 공개 처형된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데일리NK재팬' 등에 따르면, 지난 8월30일 오후 4시쯤 북한 양강도 혜산시 비행장 주변 공터에서 주민 2만500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 처형이 이뤄졌다.

    처형된 이들은 양강도 수의방역소장, 양강도 상업관리소 판매원, 농장 간부, 평양 모 식당 책임자, 군 복무 중 보위부 10호 초소(검문소) 군인으로 근무했던 대학생 등 남성 7명과 여성 2명 등 총 9명이다.

    이들의 죄목은 2017년부터 지난 2월까지 병으로 죽은 소 2100마리를 도축해 판매한 것이다. 북한은 소를 농업의 생산수단으로 규정하고 개인이 소를 소유하거나 도축·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단순 경제범이 아니라 정치범으로 취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NK재팬은 "북한에서 소는 중요한 생산수단이어서 서민이 소고기를 먹는 일은 드물다"며 "당국의 허가 없이 소고기를 판매하거나 먹어서 총살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북한에서) 소고기는 '금단의 맛'"이라고 했다. 일부 목격자들은 "참혹한 장면이 계속 꿈에 나왔다" "병으로 죽은 소고기를 내다 판 것이 사형에 처할 만한 정도의 죄인가"라고 매체에 토로했다.

    데일리NK재팬은 북한 내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이 소는 국가기관의 승인 없이 개인이 보유, 처리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정확히 알리라는 방침을 하달했고, 중앙당(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은 당의 각 지부·행정기관·사법기관에 농경용 소를 개인이 사적으로 소유, 밀매, 도축하는 행위를 철저히 관리 통제하라는 지시를 2020년 9월11일 내렸다"고 전했다.

    앞서 RFA는 공개 처형이 이뤄진 다음날인 지난 8월31일 양강도 주민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오늘(8월30일) 아침 도당위원회가 공개 폭로모임에 대한 긴급 지시를 하달했다"며 "장마당은 휴장하고 공장·기업소 종업원과 협동농장 농장원, 매(각) 인민반에서 17세부터 60세까지 걸을 수 있는 주민은 모두 참가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공개 폭로모임은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조선인민군 특별군사재판소의 판결로 진행됐고 군사재판소의 판사가 각 죄인에 대한 범죄를 내리 읽은 다음 앞에 세운 말뚝(나무)에 선 남자 7명, 여자 2명을 군인 사격수들이 처형했다"며 "그들은 2017년부터 올해 2월까지 2100여 마리의 국가 소유 소를 잡아서 팔아먹은 죄로 총살당했다"고 말했다.

    양강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은 "판결문에 '소가 밭을 갈고 농사를 짓는데, 나라의 알곡 생산을 저해하고 사회를 혼란시키려는 목적에서 소를 도축했다는 식으로 범죄를 크게 씌웠다"며 "조선인민군 특별군사재판소는 공개 총살에 앞서 '이 자들은 우리나라의 하늘에도 땅에도 묻을 곳이 없는 대역죄인들로 3대를 멸족해도 부족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피고인들이 소 2100마리를 판매한 것이 사실인지 의문이 제기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경제난이 가중되자 북한 당국이 공포 정치로 민심 통제를 위해 희생양을 만들었을 것이라는 의혹이다.

    한편 유엔총회 제3위원회는 유럽연합(EU)이 주도한 북한인권결의안을 지난 11월15일 투표 없이 컨센서스로 채택했다. 2005년부터 19년 연속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은 이달 유엔총회 본회의에 상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