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 280개 법인·개인 신규 제재… 한국 국적자 첫 제재러시아 AK 마이크로텍 핵심 조달 대리인 60대 이동진씨 이름 올라
  • ▲ 2021년 5월4일 촬영한 미국 재무부 청사. ⓒAP/뉴시스
    ▲ 2021년 5월4일 촬영한 미국 재무부 청사. ⓒAP/뉴시스
    러시아 기업에 반도체 기술을 제공함으로써 러시아의 대(對)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지원한 한국인 이동진씨를 미국 정부가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한국인이 미 정부의 제재 명단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12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무기 조달에 관여한 약 280개 법인 또는 개인을 특별지정제재대상(SDN) 명단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 대상에는 이씨 외에 중국, 튀르키예(터키), 아랍에미리트(UAE), 스위스, 싱가포르 소재 회사 및 개인도 포함됐다.

    재무부는 이씨에 대해 "한국 국적자 이동진은 미국이 제재대상으로 지정한 'AK 마이크로테크'의 핵심 조달 에이전트"라고 소개하며 이씨의 생년월일(1962년 7월10일)과 거주지(한국 부산), 여권번호 등을 공개했다.

    지난 7월 미 재무부의 제재명단에 오른 러시아 기업 AK 마이크로테크는 러시아 방위산업에 전자기기를 공급하는 기업 등에 외국의 반도체 기술 등을 이전하는 데 특화된 기업이다. 

    이씨는 AK 마이크로테크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기술을 비롯한 기술과 장비를 한국, 일본, 미국 제조업자로부터 획득하도록 도왔다. 이씨가 한 역할은 AK 마이크로테크가 장비와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유령회사와 복잡한 결제 네트워크를 지휘하는 것이었다.

    재무부는 이씨가 AK 마이크로테크를 실질적으로 후원하거나 재정적, 물질적, 기술적인 지원을 한 혐의가 적용되므로 대통령 행정명령 14024호에 의거해 제재 대상자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씨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며, 이씨의 미국 방문과 '미국인(US Person)' 등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의미하는 미국인에는 미국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뿐 아니라 미국에 거주하거나 미국과 사업을 하는 외국인과 외국 기업, 미국의 금융망을 이용하는 한국 등 해외 은행 등도 포함된다.

    외교부는 13일 "금번에 미국 측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인사에 대해서는 우리 관계당국에서 이미 동인의 대러 불법 우회 수출 혐의 등을 인지하고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전쟁 직후부터 대러 수출통제 및 금융제재를 도입하고 이를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우회수출 방지 등 기존 대러 제재조치의 실효적 이행 노력을 강화하면서, 계속해서 긴밀히 한미 공조를 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 국무부는 이날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거래에 관여한 100개 이상의 법인 및 개인에 대한 별도의 독자 제재를 발표했다. 제재 명단에는 마리아호, 캡틴 야쿠보비치호, 아르카디 체르니셰프호 등 러시아 선적 선박 3척과 이들 선박의 소유 회사인 아이벡스 쉬핑과 관리 회사인 아지아 쉬핑 홀딩스 등이 포함됐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 및 파트너들은 러시아의 명분 없고, 부당하며, 불법적인 전쟁에 맞서 지속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단결했다"면서 앞으로도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지원한 이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가용한 도구를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