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재판 지연 해소, 법원 인력 확충"법원장후보 추천제, 인기투표 전락… 사법 시스템 흔들어김명수, 좌파 법관 대거 요직 등용… 미해결 판결 3배 폭증
  • ▲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꽃다발을 받고 있다. ⓒ서성진 기자
    ▲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꽃다발을 받고 있다. ⓒ서성진 기자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재판 지연' 등 김명수 체제에서 불거진 사법부의 심각한 문제들을 신속히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사법부는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며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갖는데도 법원이 이를 지키지 못해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켰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조 대법원장은 "재판 지연의 원인은 어느 한 곳에 있다고 할 수 없다. 법원 구성원 전체의 도움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절차의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재판 제도와 법원 인력의 확충과 같은 큰 부분에 이르기까지 각종 문제점을 함께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 대법원장은 "공정한 재판을 통해 법치주의를 실질적으로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법원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며 "대법원장으로서 재판제도와 사법행정의 모든 영역에서 법관이 부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요소가 있는지 잘 살피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조 대법원장은 김명수 전임 대법원장 체제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법관인사제도와 관련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업무환경의 변화를 세심히 살펴 효율적이면서도 공정한 인사운영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법관 증원은 말할 것도 없고 사법보좌관과 참여관 등 법원 공무원의 전문성과 역할을 강화할 방안도 함께 고민해 보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법원장후보추천제의 추천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하거나 고등법원 부장판사들도 지방법원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등 전면적인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 김명수 전 대법원장. ⓒ뉴데일리DB
    ▲ 김명수 전 대법원장. ⓒ뉴데일리DB
    법원장후보추천제는 김 전 대법원장이 도입한 일선 판사들이 추천한 사람을 법원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로, 사실상 인기투표로 전락해 사법시스템을 뒤흔들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 전 대법원장은 이 외에도 문재인정부에서 좌파 성향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들을 요직에 대거 등용하고, 특정 정파를 위해 고의적으로 정치사건 재판을 질질 끌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윤미향 의원 재판은 1심 판결까지 각각 3년9개월, 2년5개월이 걸렸고 울산시장선거 개입사건도 3년10개월이 소요됐다. 그 사이 1심에서 실형을 받은 송철호 전 울산시장은 임기를 마쳤고, 황운하 의원도 항소심을 고려하면 임기를 채울 공산이 크다. 

    대법원 확정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최강욱 의원도 3년 넘게 재판이 이어지면서 임기의 80%를 채웠다. 하나마나 한 재판이라는 비판이 쏟아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은 기소 후 1년3개월이 됐지만 여전히 1심이 진행 중이다.

    김 전 대법원장이 2017년 9월 취임하며 판결이 나오지 않은 사건은 2017년 5345건에서 2022년 1만4428건으로 무려 3배가량 증가했다. 또 김 전 대법원장이 과거 임명제청한 13명의 대법관 중 6명은 뚜렷한 좌파 성향을 보이는 인물들이었다.

    김선수 대법관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에서 활동한 전적이 있으며, 김상환·오경미 대법관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으로 알려졌다. 노정희·이흥구 대법관은 우리법연구회 회원이었고, 민유숙 대법관도 법원 내 대표적 진보 성향 판사로 평가받는다. 이로써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좌파 성향으로 기울어졌다고 평가받았다.

    또 우리법연구회 출신이자 김 대법원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민중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은 2018년 2월부터 3년간 재임했다. 민 법원장은 이 기간 조 전 장관의 사건 등을 맡은 주요 재판부에 특정 부장판사들을 유임시키는 등의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김 전 대법원장 체제의 6년은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김 전 대법원장 체제는) 한마디로 정말 악몽이었다"며 "예전에는 판사들이 재판을 빨리 하라고 변호사들을 다그쳤는데, 김 전 대법원장이 임명되고 나서는 오히려 변호사들이 판사들한테 빠른 재판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 관계자는 "가장 큰 문제는 신속한 재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희대 신임 대법원장이 6년 동안 무너진 사법신뢰를 회복하고 사법부를 다시 정상 가동시킬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