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녹음파일 원본 전체 재생 지시…고개 숙인 특수교사녹음파일 공개되자…특수교차 측 "돌발행동에 따른 훈육방식"
  • ▲ 웹툰 작가 주호민씨 ⓒ뉴시스
    ▲ 웹툰 작가 주호민씨 ⓒ뉴시스
    주호민 웹툰 작가 부부가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몰래 취득한 녹음파일이 법정에서 재생됐다. 해당 파일에는 주씨 아들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 특수교사 A씨의 발언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수원지방법원 형사9 단독 곽용헌 판사는 27일 주씨의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에 대한 4차 공판을 열고 이 사건 단초가 된 녹음파일 원본을 재생했다.

    재생에 앞서 재판부는 "피고에게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심할 것 같다"며 A씨에게 직접 의견을 물었다.

    A씨가 고개를 떨어뜨린 채 침묵하다 마침내 "변호사님 의견에 따르겠다"고 답하면서 녹음파일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말 제대로 해. 아 진짜 밉상이야" "쥐XX 둘이 와가지고"

    이 사건 쟁점이 된 A씨의 발언은 '진짜 밉상이야' '너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 거야' '너 싫어. 정말 싫어' 등이다. '아침부터 쥐XX 둘이 와가지고'의 경우 모호성을 가려내기 위해 전문업체들에 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재판부는 녹음파일을 경청하다가 문제가 된 발언이 나왔을 때마다 재생을 멈추고 양측의 의견을 물었다.

    첫번째는 A씨가 수업 도중 주씨 아들이 질문에 대답을 제대로 못 하자 "말 제대로 해. 어떻게 됐어. 뭘 보는 거야. 아 진짜 밉상이야"라고 하는 부분이었다.

    앞서 검찰은 공소장에서 이 뒷부분에 '아침부터 쥐XX 둘이 와가지고'라는 발언이 나온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한 의견을 따로 묻자, 검찰은 "분석했는데 결과가 여러 곳에서 다르게 나왔다. 추후 검토해서 의견을 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밀 감정 결과에 따라 공소장 변경 가능성도 시사했다.

    A씨 측은 "당시 수업내용에 집중하라는 정도의 내용이었다"며 "공소장에 적시한 단어도 명백하게 들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특수교사 A씨 측 변호인단 ⓒ수원=어윤수 기자
    ▲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특수교사 A씨 측 변호인단 ⓒ수원=어윤수 기자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 거야" "너는 친구들하고 못 어울려"

    이어 A씨가 주씨 아들에게 "도대체 뭔 생각을 하는 거야.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 거야"라고 발언한 내용이 흘러나왔다.

    재판부는 파일을 멈추고 "집중을 유도하는 것 같지만 듣는 부모 입장에서는 속상할 표현일수는 있겠다"며 이번에는 A씨 측 변호인의 의견을 물었다.

    이에 변호인은 "피고가 왜 이 발언을 했는지와 관련, 검찰은 공소장에 범행 동기 등을 기재하지 않았다. 이후 변경될 공소장에서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한 시간가량 녹음 청취가 이어졌다. 그러다 A씨가 주씨 아들을 개별적으로 훈계하는 과정에서 고성을 지르는 부분이 재생됐고, 이번에는 변호인이 재생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인은 당시 상황이 특수했다며 "피해아동이 교사의 지시에 따르지 않았고, 이후 '악악' 소리 지르면서 밖으로 나가려 하는 돌발행동이 있었다. 이를 진정시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주씨 아들에게 "네가 왜 여기에만 있는 줄 알아? 학교에 왔는데 친구들 얼굴 왜 못 봐? 친구들하고 못 어울려. 친구들한테 가고 싶어? 못가 너"라고 윽박지르는 부분이 재생됐다.

    이에 검찰은 "피해 아동이 수업에 성실히 임했음에도 이와 관련 없는 발언이 나왔다"고 강조했다.

    반면, 변호인은 A씨가 다소 높은 목소리로 훈계하는 과정에서 놀란 주씨 아들이 교실을 나가려 했고, 이를 제지하기 위해 더 과격해졌다고 반박했다.

    재판이 끝난 직후 A씨 측 변호인은 취재진과 만나 "교사가 일부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비속어 등의 표현이 없었고, 이런 훈육방식이 학대에 해당하는지는 재판부가 판단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녹음파일과 이에 대한 양측의 의견을 모두 들은 재판부는 내달 18일 용인시청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을 증인으로 불러 재판을 이어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