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3시 100회 달성…2015년 초연 이후 평균 객석점유율 93%고선웅 연출 "타성을 경계하고 정진해 좋은 연극으로 보답하겠다"
  • ▲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의 고선웅 연출과 출연 배우들.ⓒ국립극단
    ▲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의 고선웅 연출과 출연 배우들.ⓒ국립극단
    "이 세상은 꼭두각시의 무대. 북소리 피리 소리에 맞추어 놀다 보면 어느새 한바탕 짧은 꿈. 갑자기 고개를 돌려 보면 어느새 늙었네. 이 이야기를 거울 삼아 알아서 잘들 분별하시기를. 이런 우환을 만들지도 당하지도 마시고 부디 평화롭기만을. 금방이구나 인생은, 그저 좋게만 사시다 가시기를."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묵자의 대사)

    지난 2일 명동예술극장 오후 3시 국립극단 대표작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서울 누적 공연 100회를 달성했다. 2015년 초연 이후 올해 여섯 번째 시즌까지 사랑받아왔으며, 이날 300여 명의 관객들과 함께 특별한 100회를 맞았다.

    고선웅 연출은 커튼콜 행사에서 무대에 올라 "변하지 않는 것은 없지만 조씨고아 팀은 늘 타성을 경계하고 정진하며 계속해서 관객 여러분 곁에서 좋은 연극으로 찾아주신 바에 보답하겠다"며 "극에서 묵자가 마지막에 하는 말처럼 관객 여러분 모두 우환 없이 무탈한 인생을 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100회의 벅찬 감동을 배우들, 프로덕션, 그리고 하얀 나비처럼 저 높은 곳에서 저희를 보고 계실 고(故) 임홍식 선생님과 함께 나누겠다"고 덧붙이며 초연 당시 공손저구 역으로 함께한 고(故) 임홍식 배우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

    '정영' 역의 하성광 배우는 "연극은 관객 여러분들이 있어야 완성된다. 단순히 그냥 하는 인사치레가 아니라 정말 관객 여러분 덕분에 공연이 100회에 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고맙다"고 전했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동양의 햄릿'이라 불리는 중국 4대 비극 '조씨고아'(원작 기군상)를 연출가 고선웅이 각색·연출했다. 진나라 대장군 도안고에 멸족당한 조씨 가문의 유일한 핏줄 조씨고아가 장성해 가문의 복수를 한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하지만 조씨고아를 살리기 위해 무수한 사람들의 희생이 따른다. 시골 의사 정영은 신의를 지키기 위해 조씨고아를 마흔 다섯에 얻은 자신의 귀한 아들과 맞바꿔 살려낸다. "오늘 내가 한 선택을 평생 동안 후회하며 산다 해도 지금은 어쩔 수가 없어"라는 정영의 대사가 묵직한 울림을 준다.
  • ▲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파이팅콜.ⓒ국립극단
    ▲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파이팅콜.ⓒ국립극단
    작품은 원작의 의도를 충실하게 살리되, 필부 정영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 결국 도안고에게 복수를 하지만 돌아오는 건 20년이 지나 늙어버린 자신과 복수 끝에 남은 공허함과 헛헛함뿐이다. 하성광은 대의 앞에서 고뇌하는 인간 본성과 내적 충돌을 섬세하게 연기하며 관객에게 진정성과 감동을 선사한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2015년 초연부터 2021년 다섯 번째 시즌까지 93%의 평균 객석점유율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전석 매진 행렬을 이어오고 있다. 2016년에는 원작 출현지인 중국에 진출해 국가화극원 대극장에서 현지 관객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한류 입힌 공연 역수출'의 시초를 만들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려는 휴머니즘을 담은 단순하고 간결한 극의 정서는 시대를 관통해 꾸준히 사랑받는 비결로 꼽힌다. 권선징악이라는 진부한 소재를 다루지만 고선웅 연출 특유의 해학과 미감을 입힌 극은 별양하게 완성된다.

    올해는 초연부터 함께한 출연진과 창·제작진들의 오랜 호흡이 발화했다. 개막 전 고선웅 연출은 "이번 시즌에 유독 배우들이 맡은 배역과 일체화되는 것 같다. 모두들 극 중 캐릭터를 완벽히 체화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오는 25일까지 이어지며, 티켓은 국립극단 홈페이지와 인터파크에서 예매할 수 있다. 10일 공연 종료 후에는 연출가 고선웅, 배우 하성광·장두이가 참여하는 예술가와의 대화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