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방문진, '공짜 주식 의혹' 사장 선임""비위 의혹 보고받고도 '결격사유 없다'고 감싸"
  • ▲ 안형준 MBC 사장. ⓒ연합뉴스
    ▲ 안형준 MBC 사장. ⓒ연합뉴스
    지난 3월 안형준 MBC 사장에 대한 '공짜 주식 취득 의혹' 특별감사결과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당시 김원태 MBC 감사가 안 사장과 곽OO PD의 공모 정황에 대해 상세히 보고했는 데도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과 야권 추천 방문진 이사들이 이를 묵살했다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13일 MBC노동조합(3노조, 위원장 오정환)에 따르면 2013년 한 그래픽 용역업체에 '일감 몰아주기'를 하고, 그 대가로 해당 회사의 주식(9.9%)을 받은 CJ ENM 소속 곽OO PD가 안 사장(당시 MBC 기자)에게 그 주식을 명의신탁했다는 의혹을 특별감사한 MBC 감사실은 '곽 PD가 자신이 연출하는 드라마와 CG 작업 회사인 A사를 적극적으로 연결시켜 줬고, 곽 PD가 A사 투자자 김OO 씨로부터 A사 주식 9.9%을 무상으로 받았기 때문에 배임수재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당시 곽 PD로부터 명의만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은 안 사장이 △인감증명서를 제출하고 △본인의 인감을 준비해 날인했으며 △A사 주식을 받는 계약서에는 주식을 중간에 처분할 수 없다는 단서 조항이 담겨 있어, 안 사장이 곽 PD의 부정한 주식 무상 취득을 알고 명의신탁을 도운 배임수재의 공범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안 사장은 지난 2월 말 사장 면접 직후 방문진 이사회 면담 자리에서 "아무 것도 모르고 계약서에 사인하라는 대로 사인만 했다"고 진술해, '안 사장이 매매서류에 직접 인감을 날인했다'는 감사보고서 내용과 상반된 주장을 편 것으로 드러났다.

    MBC노조는 "'MBC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안 사장은 자신의 거주지 인근에서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제출했고, 또한 서명이 아니라 인감증명서를 떼어 주고 인감을 날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특히 해당 계약서에는 계약기간 중간에 '주식매도금지' 조항이 들어 있어, MBC 감사는 이러한 여러 정황들을 종합해 안 사장을 '배임수재의 공범'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오랜 법조 기자 경력으로 MBC에 입사한 안 사장이 드라마 용역업체의 주식명의신탁과 드라마 PD의 공짜 주식 수령이 얼마나 큰 비리인지 몰랐을 리 없다"고 단정한 MBC노조는 "김원태 감사가 지난 3월 방문진 이사회에 이 같은 내용의 'MBC 감사보고서'를 보고하자, 당시 방문진 이사 중 1명이 '안 사장이 범죄를 공모했다고 한 부분을 다들 믿고 있는데, 공범이 아니라 주범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해당 이사의 주장은 모든 서류와 주식이 객관적으로 안 사장 소유로 돼 있어, 안 사장은 명의를 빌려준 게 아니고 공짜 주식을 받은 당사자로서 주범일 수 있다는 취지였다"고 MBC노조는 해석했다.

    MBC노조는 "그러나 권태선 이사장을 포함한 야권 추천 방문진 이사들은 감사보고와 소수 이사들의 주장을 다수의 힘을 빌어 묵살했다"며 "이후 권 이사장은 '△안 사장의 기존 주장이 감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고 △이러한 행위는 비판의 소지가 있어 유감스러우나 △법령 위반 여부에 대해선 논란이 있을 수 있고 현재로선 이에 대한 법적 판단이 없어 △현재 MBC 사장의 지위에 영향을 줄 정도의 결격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발표했다"고 밝혔다.

    MBC노조에 따르면 'MBC 감사보고서'에는 2017년에도 같은 제보자로부터 동일한 의혹이 제기됐으나, 당시 MBC 감사국장이 해당 의혹을 5번이나 조회하고도 이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지적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2016년 해당 의혹을 자체 조사한 CJ 감사팀이 MBC에 정식 감사자료를 요청하고 안 사장에 대한 후속 조치를 요구했으나, MBC에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아 조사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되짚은 MBC노조는 "해당 감사국장과 감사국 직원들에 대한 감사는 아직도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권 이사장은 이에 대해 관리·감독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MBC노조는 "'MBC 감사보고서'에서 안 사장은 배임수재를 공모했거나 도와준 공범으로 보고됐고, 이러한 감사보고 내용을 의도적으로 숨기고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한 권 이사장은 이제 더 이상 그 자리를 버틸 수 없게 됐다"며 "권 이사장에게 일말의 수치심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감사보고서의 비공개회의록을 공개하고 국민 앞에 사과한 뒤 사퇴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