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생활지도 고시' 근거 학칙 개정 가이드 마련"현장 실효성 논란… 학생인권조례 폐지 피하기 위한 면죄부""교사의 정당한 지도조차 학생인권조례에 의해 막혀 있는 형국"
  • ▲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생활 규정 길라잡이'를 새롭게 제작해 30일부터 관내 전체 학교에 보급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생활 규정 길라잡이'를 새롭게 제작해 30일부터 관내 전체 학교에 보급한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학교현장의 취약한 교권 실태가 문제로 대두하면서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생활규정 길라잡이'를 새롭게 제작해 오늘부터 관내 전체 학교에 보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길라잡이의 내용만으로 교사들의 교권을 보호하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30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학생생활규정 길라잡이'는 △생활교육위원회 △학생생활규정 제‧개정 △생활평점제 △서울시교육청 학생생활규정 예시안으로 구성됐다. 또 Q&A를 통해 교육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궁금증, 학교현장 적용 시 유의점 등도 담겼다.

    길라잡이는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생활교육과에 소속된 장학사들이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교사 12명과 변호사 2명의 집필을 거쳤으며 교육청과 교원노조의 검토를 받아 제작됐다.

    길라잡이는 교원의 이해를 돕기 위해 Q&A 형식으로 구성됐는데, 학생생활규정 예시안은 다음과 같다. 

    우선 '수업 중 졸거나 엎드려 자는 행위에 대해 생활지도가 가능한가요?'라는 질문에는 "적극적으로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가 아니더라도 교실의 면학 분위기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지도가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또 '2교시 쉬는 시간 다섯 명의 학생들이 화장실에서 나온 뒤 흡연 정황이 신고됐다. 해당 학생들의 물품 조사를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흡연 정황이 신고된 사실이 있어 흡연이 의심되므로 물품 조사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훈계의 일환으로 벌청소를 시켜도 되는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징벌 목적의 벌청소는 훈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생활지도 목적의 청소 지시만 가능하다"고 답했다. 

    또 '물품 분리·보관 지도에 불응하는 학생의 경우 물리적 제지를 사용해 분리할 수 있는지 여부와 방법'을 묻자 "물리력 행사는 중대한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별도 생활교육규정에 따라 처리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언급했다.
  •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그러나 일부 예시안을 두고는 여전히 조건이 붙는 등 확실한 대처가 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교사의 물리력 행사가 일절 금지되면서 여전히 교권보다 학생들의 기본권을 우선시하는 모습이 비쳐졌다. 

    이를 두고 박소영 국가교육위원회 비상임위원은 "길라잡이의 실질적 내용을 보면 굉장히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서울시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피해가기 위해 면죄부 형식으로 만든 격"이라고 비판했다. 

    박 위원은 "이 정도로 현장 교사들이 생활지도가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하며 "진정으로 교사의 교권을 회복하려면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임동균 경기교육바로세우기시민연합(경세연) 대표는 "서이초 사건 등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음에도 아직도 학교현장은 전혀 생활지도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교사의 정당한 지도조차 학생인권조례안에 의해 막혀 있는 형국"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임 대표는 "이번 길라잡이는 실제 효과도 없을 뿐더러 '일단 피하고 보자'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들끓는 사회의 분노를 잠재우려는 모양새로 마치 '언 발에 오줌 누기'"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임 대표는 "하루빨리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 서로 협의를 통해 지켜 나갈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헌장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의견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