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농담" 진화했지만… 영남권 의원들 분개김용판 "대구 민심 요동,인요한 사과해야"… 조경태 "수도권만 험지인가?"익명의 의원 "혁신안 뜬금없어"… 김기현 "정식 제안 온 바 없다" 지도부는 관망
  •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26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된 혁신위 인선 결과를 발표하고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26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된 혁신위 인선 결과를 발표하고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이종현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영남권 중진 험지(수도권) 출마론'을 띄우면서 당 내부가 들썩이고 있다. 특히 일부 영남권 의원은 인 위원장의 '낙동강 하류' 발언에 격분하며 사과를 촉구했다.

    반면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공식 제안이 들어오면 의겸을 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혁신위 초반부터 잡음이 발생하는 데다 영남권 중진 험지 출마론의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해 일단은 관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TK(대구·경북) 출신 초선인 김용판(대구 달서병) 의원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 후 "의총 (비공개 시간에) 인요한 위원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며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으로 해라' 운운한 것에 대해 농담이라고 했지만, 대구·경북 시·도민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 위원장은 지난 23일 TV조선과 인터뷰에서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즉각 '농담'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영남권 중진 험지 출마론과 맞물려 낙동강을 낀 PK(부산·울산·경남·)와 국민의힘 텃밭인 TK(대구·경북) 출신 의원들이 들고 일어섰다.

    김용판 의원은 "(영남권분들은) 어려울 때 우리 당을 지켜왔고 자유우파 대한민국을 지켜온 자부심이 있다"며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곳이 TK다. 그런 자긍심을 갖고 있는데 뒷전을 이야기하는 것은 마치 잡아 놓은 고기 취급하는 격"이라고 분개했다.

    김 의원은 이어 "요즘 대구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기각과 서울 강서구청장보궐선거 패배, 거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인요한 위원장의 '낙동강 하류 세력 뒷전' 발언"이라며 "본의 아니게 해당행위에 가까운 언동이다. (인 위원장이) 정중히 사과하는 것이 맞다"고 주문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당의 혁신도 궁극적으로는 우리 당의 지지율을 높여서 총선을 승리하기 위한 것인데, 이런 언동으로 대구 지지를 약하게 한다면 반혁신이 되는 결과"라며 "영남에만 의존하지 말고 앞으로 수도권 지역에서도 제대로 공천하고 정책을 개발해 수도권에 많이 당선시키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지적했다.

    한 TK 출신 재선의원도 의총 비공개 시간에 "혁신위가 어떤 이슈를 다룰지 미리 정해놔야 당에서도 어떻게 할 것인지 정리하는데, 동시다발적으로 던져야 되겠느냐"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가 1호 혁신안으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을 대상으로 한 '대사면'(징계 해제)을 내세웠지만, 뜬금없이 2호 혁신안도 아닌 영남권 중진 험지 또는 수도권 출마에 불을 지폈다는 불쾌감이다.

    영남권 5선인 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도 당 의총 후 "영남권 중진 험지 출마 주장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면서도 "부산 북-강서갑·사하갑·남을과 (경남) 김해갑·김해을·양산을은 민주당이 점하고 있다. 수도권만 험지라는 인식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어 "우리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영남과 수도권 (모두) 마찬가지로 우리 당 후보가 상대 당 후보보다 경쟁력이 없으면 과감하게 교체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했지만 낙선한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사례를 언급하며 "수도권도 지금부터 빨리 경쟁력 있는 후보를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남권 중진 험지 출마와 관련해 비판이 거센 만큼 혁신위가 이를 혁신안에 포함하기에는 부담감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일단 당 안팎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앞서 인 위원장은 지난 28일 공개된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TK(대구·경북)·PK(부산·경남)의 스타는 (총선 때) 서울에 왔으면 한다"며 울산 4선 김 대표와 대구 5선 주호영 의원을 언급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혁신위에서 아직 제안해온 바가 없다"며 "제안을 정식으로 해오면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영남권 이미지를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아이디어 차원인 것으로 보인다"며 혁신안 포함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오신환 국민의힘 혁신위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혁신위 2차 회의 후 영남권 중진 험지 출마와 관련 "혁신위 내부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며 "인요한 위원장이 사견을 전제로 말한 것이다. 우리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이냐에 대한 것은 논의가 언젠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