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공사, '근무 협조' 명분으로 일 빼준 사실 드러나… 매년 500여 명 혜택일반 직원들은 만성 인력부족에 시달려… "노조 간부들은 출근 의무 없는 줄"인력난에 '지하철 안전 도우미' 무작위 고용도… 내년 예산만 53억원가량 책정3조 2교대→4조 2교대로 시스템 수정하기도… 국토부 승인 없어 시정명령 받아서울교통공사, 무단 결근 노조 간부 직위해제 결정… "노조 전수조사 실시할 것"
  • ▲ 지난해 11월 30일 서울시청 서편에서 열린 서울교통공사노조 총파업 출정식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해 11월 30일 서울시청 서편에서 열린 서울교통공사노조 총파업 출정식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지하철을 운영·관리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일부 간부가 '현장 인력 부족으로 지하철 안전이 우려된다'며 직원 비중을 늘려 달라고 요청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제대로 출근하지 않는 등 무단 결근을 일삼은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시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교통공사 노조 일부 간부는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제)를 빌미로 무단 결근을 반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임오프제는 노사 합의로 노사 공동의 이해가 걸린 활동에 종사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이에 따른 임금을 지급받는 것인데,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이를 멋대로 운영한 것이다. 

    서울시가 지하철역 8곳 직원의 2022년 8월~2023년 5월 출근기록을 표본조사한 결과, 7호선 중계역을 담당하는 노조 간부 A씨는 정상 근무일인 94일 중 하루를 제외한 93일을 결근했고, 3호선 학여울역 소속 노조 간부 B씨는 124일 중 122일을 출석하지 않았다. 

    또 2호선 합정역 소속 C씨는 122일 중 113일간, 5호선 김포공항역 소속 D씨는 94일 중 77일간의 출근기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노조 대의원대회나 선거 등이 있으면 '근무 협조'라는 명분하에 공사가 일을 빼준 사실도 드러났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500여 명이 '근무 협조' 혜택을 받았다. 

    '근무 협조' 일수는 2018년 1759일에서 지난해 4418일로 5년 만에 2.5배로 수치가 늘었다. 

    특히 같은 역에서 일하는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은 이들이 노조 전임자라는 이유로 출근 의무가 없다고 오해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해당 역사는 만성 인력 부족에 시달리거나 직원을 추가 투입해왔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노조 간부가 새마을금고 이사장을 겸인한다는 이유로 출근하지 않는다' '타임오프 시간에 헬스클럽을 가고 육아활동을 했다'는 등 공사 직원들의 불만 제보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노조 간부들의 빈자리로 인한 인력난이 심각해지자 공사는 승객 안전과 직결된 일부 업무에 지하철 안전 도우미와 같은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안전 도우미를 250명 뽑는 예산으로 53억3500만원이 책정돼 있는 상태다. 

    아울러 서울교통공사 노사는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3조 2교대 체제를 4조 2교대 체제로 근무 시스템을 수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국토교통부 승인 없이 진행됐다는 이유로 지난 3월 시정명령을 받았다.

    서울시는 "업무 특성상 정상 근무를 했다면 역 게이트에 신분증 출입기록이 남아야 하는데, 이들은 기록이 없었다"며 근로시간 면제자의 근태 관리를 소홀히 한 공사에 기관경고 조치를 하고, 전수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 

    서울교통공사에는 △민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노조(1노조) △한국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2노조)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소속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등 총 3개의 노조가 있다. 이번에 적발된 노조 간부는 모두 민노총이나 한국노총 소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임 의원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당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언급하며 "서울교통공사 노조 간부들이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어기고 무단 결근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의원은 그러면서 "공사의 무기력한 대응과 관련, 국정감사에서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교통공사 "무단 결근 노조 간부 직위해제"… 노조 전수조사

    서울교통공사는 노조활동 시간을 유급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타임오프'제도 사용자 전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또 무단 결근이 확인된 노조 간부 4명은 즉각 직위해제하고 향후에도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문책하기로 했다.

    이날 공사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6월부터 '투자출연기관 근로시간면제제도 운영 현황 조사'를 위한 감사를 진행했다. 이를 토대로 9월 말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정상적인 근무 수행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노조 간부가 다수 있다는 감사 결과를 공사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공사는 시의 감사 대상을 포함한 타임오프제 사용자 전원을 대상으로 이달 초 전수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우선 공사는 7월21일부터 9월19일까지 점검한 결과, 무단 결근한 노조 간부 4명의 규정 위반행위를 적발했고 이날 직위해제할 예정이다. 또 3명의 소속 부서장에게도 관리 책임을 물어 그에 상응하는 징계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아울러 향후에도 공사는 '불시 특별복무점검' '관리부서의 규정 준수 여부 점검' 등을 실시해 근로시간 면제자 등의 복무 기강을 확립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복무 태만이 확인되는 규정 위반 직원을 대상으로는 부당 수급 급여를 환수하고 징계 처분 조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