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상대를 죽여 없애지 말아야 한다"… 휠체어 내려 지팡이 짚고 걸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상대를 죽여 없애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의 추가 영장 청구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구속영장 기각을 결정한 사법부를 향해 머리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민주당 친명계 의원들은 반격을 예고하며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진 비명계 축출에 속도를 낼 것임을 시사했다.

이 대표는 27일 오전 3시49분 경기도 의왕시 소재 서울구치소 문을 나섰다. 서울구치소 정문 앞에 다다르자 타고 있던 휠체어에서 내려 지팡이를 짚고 걸었다.

이날 선출된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해 정청래·박찬대·고민정·장경태·서영교 최고위원 등 민주당 지도부가 이 대표를 맞았다. 김용민·양이원영·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 의원들도 자리했다. 이 대표는 옅은 미소를 보이며 자신을 기다리던 의원들과 악수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연신 "이재명"을 연호하며 "고생하셨다" "이재명 최고다" "대표님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마이크를 잡은 이 대표는 "늦은 시간에 함께해주신 많은 분들, 그리고 아직 잠 못 이루고 이 장면을 지켜보고 계실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역시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아도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정치는 언제나 국민의 삶을 챙기고 국가의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여야, 정부·여당 모두 잊지 말아야 한다"며 "이제는 상대를 죽여 없애는 그런 전쟁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누가 더 많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경쟁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로 되돌아가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곧) 추석이지만 국민의 삶, 우리 경제, 민생의 현황은 참으로 어렵기 그지없다"며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이 나라 미래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기를 정부·여당에도, 정치권에도 부탁"했다.

그간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정적 죽이기'였다는 주장이다. 검찰의 추가 영장 청구 등이 전망되자 민생을 강조하며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구속영장 기각을 결정한 법원에는 여러 차례 감사를 표했다. 이 대표는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사실을 증명해준 사법부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굳건하게 지켜주시고 현명한 판단을 내주신 사법부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 대표를 대상으로 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결과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구속영장 기각에 민주당 내 친명계 인사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의는 살아있다"고 적었다. 원외 친명계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강위원 사무총장도 "기각! 이제 반격이다"라고 썼다.

김용민 의원과 양이원영 의원은 서울구치소 앞에서 라이브 방송을 통해 이 대표가 서울구치소 밖으로 나오는 모습을 담았다. 

김 의원은 "오늘은 즐거운 라이브다. 이재명 대표가 건강을 빨리 회복하시고 이제는 반격의 시간이다. 검찰독재를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며 "이 대표의 리더십은 더 강해질 것이다. 사법부의 독립을 국민이 지켜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의원은 이어 "저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공식적으로 외친다"며 "무도한 검찰독재정권을 만들어내고 시행령 통치를 한 것은 대통령 책임"이라고 비난했다.

민형배 의원도 김용민 의원의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에서 "새로운 시작이다. (영장) 기각은 민주당의 잠자던 에너지를 흔들어 깨울 것"이라며 "민주당이 새롭게 시작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재명 파이팅, 민주당 파이팅"이라고 외쳤다.

민 의원은 그러면서 "(체포동의안) 가결파들이 '그것봐라 우리가 가결시키기를 잘했다' 이 짓거리 하면 어쩌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환영한다. 기각은 당연하다. 사필귀정"이라며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은 야당 탄압과 정적 제거에 혈안이 된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이어 "윤석열정권과 정치검찰의 무도한 왜곡·조작수사는 법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제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비열한 검찰권 행사를 멈춰야 할 시간"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불통의 폭정을 멈추고 국민 앞에 나와 머리 숙여 사죄하라. 내각 총사퇴를 통한 인적 쇄신 및 국정 기조의 대전환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권 수석대변인은 "있지도 않은 '사법 리스크'를 들먹이며,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 '방탄'의 딱지를 붙이기에 여념이 없었던 국민의힘도 사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