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본회서 안건 98건 중 8개만 처리… 머그샷법 등 처리 불발김명수 임기 24일 종료… 친명계 원대면 대법원장 공백 장기화국힘 "민주, 본연 역할 되찾을 줄… 피의 복수 같은 마녀사냥 벌어져"
  • ▲ 국회 본회의장.ⓒ이종현 기자
    ▲ 국회 본회의장.ⓒ이종현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 갈림길에서 발생한 민주당의 내홍으로 25일 국회 본회의가 무산됐다. 이균용 대법원장후보자 임명동의 투표와 중대범죄 피의자 신상공개법 등 민생법안 처리도 멈춰 섰다.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공석에 따라 사법부 수장 자리가 비게 됐고 추석 전 처리를 목표로 추진하던 민생법안이 10월로 넘어가게 됐다. 이른바 '이재명 리스크'로 인해 국회가 멈춰선 것이다.

    이재명 구속 기로 여파로 본회의 무산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당초 오는 10월10일부터 국정감사에 돌입하고 안건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9월21일과 25일 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 21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로 박광온 원내대표 등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총사퇴하면서 국회 일정을 협의할 제1야당 원내대표 자리가 공석이 됐고, 본회의 개최가 무산됐다. 민주당은 오는 26일 우원식·김민석·남인순·홍익표 의원 중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문재인정부 초기인 2017년 9월에 취임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24일 6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국회는 25일 본회의에서 이균용 대법원장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민주당 내부 사정으로 인해 사법부 수장 공백사태가 현실화했다. 당분간 선임 대법관인 안철상 대법관이 대법원장권한대행을 맡는다.

    대법원장권한대행 체제 가동은 김덕주 전 대법원장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하고 최재호 대법관이 권한대행을 맡았던 1993년 이후 30년 만이다.

    차기 민주당 원내대표가 추석 연휴 협상에 성공한다면 10월 추가 본회의에서 대법원장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수 있다. 다만 친명계가 원내 사령탑에 오를 경우 여야 대치가 격화하고 민주당이 이 후보자를 '부적격'으로 판단한 만큼 대법원장 공석이 최소 한 달여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장 임명동의에는 재적의원(298명)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반대하면 본회의 통과는 불가능하다.

    판사 출신인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사법부의 독립성과 신뢰 회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시급하지만, 대법원장 임명동의권을 가진 국회는 그저 강 건너 불구경"이라며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의 여파로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사퇴하면서 이균용 대법원장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처리가 불투명해졌고, 배신자 색출에 격양된 민주당은 애먼 이균용 후보자를 부결시키겠다며 분풀이를 하려 든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홍으로 민생법안 처리도 불투명

    대법원장 공석과 함께 '이재명 리스크'로 인해 민생법안 처리도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지난 21일 본회의에는 98개 안건이 상정됐으나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여파로 국회는 8번 안건인 안동완 검사 탄핵소추안까지 의결한 뒤 정회 후 산회했다.

    당시 민생법안으로는 교권보호 4법만 처리됐다. 경제적·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산모가 신원을 노출하지 않은 채 출산해 지방자치단체에 아이를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제', 중대범죄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머그샷법',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 의료기관이 진료기록을 보험사에 보내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등이 멈춰 섰다.

    현재 정기국회에서 예정된 다음 본회의는 오는 11월9일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른바 '배신자' 색출이 아닌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개인적 사법리스크로부터 해방돼 공당 본연의 역할을 되찾고 여당과 함께 민생정책에 집중할 것이라고 기대했다"며 "그러나 민주당이 보여준 행태는 실로 참담한 실정이었다. 배신, 가결 표 색출, 피의 복수와 같은 소름 끼치는 마녀사냥이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민주당은 '재판은 법원에 맡기고 국회는 민생에 집중하라'는 국민의 뜻에 역주행하는 것"이라며 "곧 추석이고 그 이후에는 국정감사가 시작돼 본회의를 열어 밀린 법안을 통과시킬 시간이 빠듯하다. 민주당은 헌법이 아닌 불법과 비리를 부정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회의 후 "10월 첫째 주라도 양당 원내대표단이 협의하면 임시 본회의를 열 수 있을 것"이라며 "머그샷법 등 우선 처리해야 할 법안에 대해 노력을 기울여주기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