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구소, '중국의 핵전략 어떻게 볼 것인가' 국방포럼 개최"미중 상호 취약성, 미국이 한국 전략자산 배치 요구에 소극적인 이유""中, 기존 추정치보다 많은 핵탄두 보유… 미국 ICBM 역량 따라잡아""중국군 기계화·정보화·지능화… 유사 시 핵사용 자동화 가능성""시진핑의 군 조직 개편, 정치적 결단으로 핵무기 사용 가능케 해""마오쩌둥의 '핵선제불사용' 원칙이 중국 핵기술 발전으로 변화"
  • ▲ 중국군 최강 탄도미사일 둥펑-41이 지난 2019년 10월 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신중국 70주년 열병식에 선보이고 있다. ⓒ신화통신/뉴시스
    ▲ 중국군 최강 탄도미사일 둥펑-41이 지난 2019년 10월 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신중국 70주년 열병식에 선보이고 있다. ⓒ신화통신/뉴시스
    중국이 미국을 대상으로 핵보복 능력을 갖추게 된 이후 미·중 간 '상호취약성'(mutual vulnerability)이 커진 상황에서 일본의 '적 기지 선제타격론'과 같이 한국도 자체 핵무장을 비롯해 내적 균형을 강화함으로써 대외적 불안요소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제언이 나왔다.

    이동민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0일 세종연구소가 '중국의 핵전략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제10차 세종국방포럼'에서 "중국 정부는 저위력(low-yield) 핵무기 생산 능력을 대폭 증대해 인도-태평양지역에 재배치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시도가 중국을 핵군비경쟁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한국의 미군기지를 포함한 전략기지도 안전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이명박·박근혜정부를 비롯한 한국 정부가 미국에 지속적으로 전략자산 배치를 요구했지만 미국이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은 이유는 중국과의 상호취약성 문제 때문이다. 미국 관점에서는 중국과의 상호취약성이 이미 성립됐다"며 한국은 동아시아 우방국들과의 핵무력 강화, 중국의 핵군축이 실현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자체 핵 무장을 비롯해 내적 균형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최소핵억제전략(minimal nuclear deterrence)만을 보유하는 것으로 추정됐던 중국의 전통적인 핵전략과 달리, 시진핑 집권기에 나타난 중국 핵전략의 가장 큰 변화로, 핵무력 사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군 지휘체계의 변화 단행과 2차 보복역량을 넘어선 수준의 미사일 개발을 꼽았다.

    이 교수는 미국 국방부는 '중국이 2027년까지 700개의 핵탄두를 확보하고, 2030년이 되면 최소 1000개에 이르는 핵탄두를 보유하게 된다'고 전망했지만, 지난 8~9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군사 전문가들을 직접 인터뷰한 결과 미국이 추정하는 핵탄두의 수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중국 북서부 간쑤성 지역에서 새로운 최대 300여  개의 핵격납고(silo)가 발견됐다고 보는 분석도 있다. 중국의 기존 100여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역량을 포함하면 미국의 400여 개 핵탄두 장착 대륙간탄도미사일 역량과 비슷한 수준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전략미사일의 다각화를 중국 핵전략의 중요한 변화로 지목한 이 교수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인 둥펑(DF)-26은 재래식 탄두와 핵탄두를 교차로 장착할 수 있고, 저위력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며 "미국은 중국이 DF-26의 정확성과 기동성을 바탕으로 인도-태평양지역 내 미군 자산과 군사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상호취약성을 키웠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중국의 미사일 역량이 대폭 향상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으로 중국군의 기계화·정보화·지능화 추진에 따른 '유사시 핵 사용에 대한 자동화'를 꼽았다. 핵 지휘‧통제‧통신(NC3) 및 정보‧감시‧정찰(ISR) 역량 강화를 통한 정확성과 기동성 확보는 중국 정부가 핵무장 역량 강화를 위해 가장 공을 많이 들인 부분으로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중국이 지능군 실체화 과정에서 중국의 핵태세가 '핵보복'(retaliation after ride out) 대응에서 '피격경보 즉시 발사'(launch-on warning) 태세로 발전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피격경보 즉시 발사 역량 강화가 기정사실화하면 1964년 마오쩌둥이 주창한 '핵선제불사용'(NFU) 원칙이 바뀐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유사시 미국이 중국의 핵시설을 타격하기 전에 중국이 선제적으로 ICBM을 발사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여지가 있으므로 핵전쟁으로 비화할 개연성과 불확실성은 더욱 커진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주석인 시진핑 당 총서기가 중국의 핵전략을 직접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군 조직이 개편된 것은 정치적 결단만 내리면 핵무기 사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기존에는 각 지역 전구에서 핵 사용을 산발적으로 관리했지만 군사개혁 이후에는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주석이 해군지휘부·공군지휘부, 로켓군을 직접 통제하면서 핵을 운용하게 됐기 때문이다.
  • ▲ 세종연구소가 20일 서울 중구 뉴서울호텔에서 '중국의 핵전략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제10차 세종국방포럼'을 개최했다. (왼쪽부터)이동민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 이한얼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연구교수. ⓒ세종연구소 제공
    ▲ 세종연구소가 20일 서울 중구 뉴서울호텔에서 '중국의 핵전략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제10차 세종국방포럼'을 개최했다. (왼쪽부터)이동민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정섭 세종연구소 부소장, 이한얼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연구교수. ⓒ세종연구소 제공
    이한얼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연구교수는 "미국과학자연맹(FAS)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핵탄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3년 현재 410기가 됐다. 이는 2020년 대비 50%나 증가한 수치이지만 당장의 배치가 아닌 보복 능력 강화를 위한 연구활동이 목적일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연구교수는 "중국 DF-4와 DF-21은 DF-26으로 교체됐고, DF-31과 DF-5는 DF-31AG와 DF-5B로 현대화됐으며, 중국 로켓군은 3개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이동식 ICBM인 DF-41도 공개했다. 미국 전략사령부는 지난 1월26일 상·하원 군사위원회에 '중국이 미국보다 더 많은 고정식 및 이동식 ICBM 발사대를 갖고 있다'고 보고했는데, 이는 중국 ICBM 추적이 더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교수는 이어 "DF-26과 DF-41은 위성을 피할 수 있고 각각 지상 및 해상 목표에 정밀한 핵 및 재래식 공격을 가할 수 있다"면서 "이는 중국 핵전략에서 핵선제불사용 원칙과 민간 표적 우선이라는 주장을 위태롭게 한다. 중국 지도부가 핵무기를 가능한 군사적 선택지로 판단할 개연성이 더 높아지고 선제공격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연구교수는 "중국은 곧 더 조용한 차세대 'Type 096'형 전략핵잠수함(SSBN) 건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고, 더 긴 사거리를 가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쥐랑(JL)-3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며 "SLBM은 은밀성이 보장되면 공격용 무기가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전력 발전 추세 자체가 중국의 핵선제공격불사용 정책에 의문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