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성추행 임옥상 작품 5점 모두 철거… "시민 정서에 반해"시민들 "성추행범 작품 교육적으로 괜찮겠나… 이제라도 철거해 다행"오세훈 "시민단체들이 존재 이유 스스로 부정… 설립 목적 벗어났다"국민희힘 "정의연, 성범죄자 작품 철거 반대하는 건 자가당착" 비판
  • ▲ 지난 4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에서 정의기억연대 관계자들이 서울시의 기억의 터 철거 결정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4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에서 정의기억연대 관계자들이 서울시의 기억의 터 철거 결정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등 시민단체가 지난 4일 위안부 추모공원 '기억의 터'에서 "임옥상씨의 성추행은 규탄하나, 작품 철거는 안 된다"고 막아선 것을 두고 모순적 행동이 아니냐는 시민들의 빈축이 이어졌다.

    서울시는 정의연·시민단체와의 치열한 대치 끝에 마지막 남은 남산공원 '기억의 터' 내 설치된 임옥상씨의 조형물 2점(대지의 눈, 세상의 배꼽)을 5일 모두 철거했다. 이로써 서울에 설치된 임씨의 작품 5점은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시는 "서울시민 여론 조사를 진행했고, 응답자의 65%가 작품 철거에 찬성했다"며 "정의연 등의 주장인 조형물 존치 의견은 23.8%에 그쳤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성추행 유죄 판결을 받은 작가의 작품을 존치하는 것은 국민 정서에 반하는 일인 만큼 철거가 마땅하다"고 입장을 전했다.
  • ▲ 서울 중구 남산공원 '기억의 터'에 임옥상 작가가 제작에 참여해 설치됐던 '대지의 눈' 조형물이 5일 오전 철거되고 있다. ⓒ진선우 기자
    ▲ 서울 중구 남산공원 '기억의 터'에 임옥상 작가가 제작에 참여해 설치됐던 '대지의 눈' 조형물이 5일 오전 철거되고 있다. ⓒ진선우 기자
    뉴데일리가 찾은 철거 현장에선 작품 잔해를 트럭에 싣는 관계자와 함께 포크레인을 운전하는 인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기억의 터 공간은 전날 철거 반대 집회 소리와 달리 철거 소음으로 가득했다.

    조형물 철거와 관련, 서울시는 5톤짜리 집게차와 포크레인, 덤프트럭 등 중장비 4대를 동원했고 철거는 약 3시간가량 진행됐다.  

    철거 현장을 방문한 시 관계자는 "어제는 반대 집회로 인해 업체 쪽에서 공사 강행이 어려워 오늘 철거를 진행하게 됐다"며 "기억의 터 조성추진위원회 상임 대표 등 몇몇 분들과 어떻게 공간을 메꾸고, 재조성을 해야 할지 등에 대해 소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철거된 공간에는 꽃과 잔디를 심어 깨끗하게 유지·관리할 예정"이라며 "다만 새로운 조형물 설치는 논의를 해야 하는 문제라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부연했다.
  • ▲ 서울 중구 남산공원 '기억의 터'에 임옥상 작가가 제작에 참여해 설치됐던 '세상의 배꼽' 돌 비석이 5일 오전 철거로 인해 사라졌다. ⓒ진선우 기자
    ▲ 서울 중구 남산공원 '기억의 터'에 임옥상 작가가 제작에 참여해 설치됐던 '세상의 배꼽' 돌 비석이 5일 오전 철거로 인해 사라졌다. ⓒ진선우 기자
    조형물 철거 장면을 지켜보던 한 40대(남) 시민은 "성추행범이 만든 작품을 학생들이 본다고 하면 교육적으로 매우 안 좋을 것"이라며 "전날 (정의연) 반대 집회로 철거가 지연됐지만, 오늘이라도 철거가 진행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의연·여성단체의 반대 집회와 관련해선 "여성 인권을 지킨다는 단체가 성추행범 작품을 지키는 것 같아 불편했다"며 "이번을 계기로 더 의미있는 작품이 설치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강아지 산책을 나온 30대(여) 시민도 "기사를 통해 이 작품을 만든 작가가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다"며 "땅이 파인 모습이 보기 흉해서 얼른 더 좋은 작품이 생기길 바란다"고 했다. 

    전날 있었던 반대 집회에 대해선 "저도 여성이지만, 성추행범의 작품은 없애는게 맞는 것 같다"며 "어제 여성단체들이 왜 반대를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의견을 더했다.

    정의연의 기부금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도 "성추행한 사람의 작품은 철거하는 게 맞다"며 "서울시에서 새로운 작품을 설치해준다면 고마워해야지, 정의연이 왜 반대 집회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의연 "기억의 터, 임옥상 개인 작품 아냐… 위안부 역사 지켜야"

    '기억의 터' 건립추진위원회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관계자들은 전날 기억의 터에서 집회를 열고 서울시의 기억의 터 철거 결정을 규탄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약 50m 길이의 보라색 천으로 기억의 터 외곽을 먼저 둘러쌌다. 이어 임씨의 작품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 등 두 점을 보라색 천으로 뒤덮고 집회를 이어갔다.

    이들은 '기억의 터 철거 중단'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기억의 터 기습 철거 즉각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관계자 말에 따르면 보라색 천의 의미는 여성운동과 평화인권의 상징으로, 논의와 토론을 통해 더 좋은 해법을 찾아가자는 마음이 담겼다고 한다.

    정의연 관계자는 "성추행 가해자의 작품을 철거한다는 명분으로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지우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해당 조형물은 제작 과정에 참여한 수많은 추진위원과 여성 작가들 및 모금에 참여한 1만9054명의 시민이 만들어낸 집단 창작물"이라고 했다.

    이어 "물론 작품 초안에 임옥상씨가 참석한 것 맞지만, 공적 기록물로서 (임옥상씨) 한 사람의 작품으로 봐선 안 된다"며 "작품엔 위안부 할머니가 그린 그림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시와 공론의 장을 만들어 기억의 터를 철거할지 말지 논의를 하자고 요청했으나 서울시가 묵살했다"며 "여성들의 인권이 짓밣히는 현장을 기억해달라, 일본군의 위안부 역사는 지워지면 안 된다"고 소리를 질렀다.
  • ▲ 오세훈 서울시장. ⓒ뉴데일리DB
    ▲ 오세훈 서울시장. ⓒ뉴데일리DB
    오세훈, 임옥상 작품 철거 반대에… "시민단체는 죽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날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단체가 성추행을 인정한 작가의 작품 철거를 막아섰다"며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많은 시민 단체가 같은 사안을 두고도 '우리 편'이 하면 허물을 감싸주고 '상대 편'이 하면 무자비한 비판의 날을 들이댄다"며 "원래 사회 정의를 세우자고 시작한 일이었을 텐데 설립 목적에서 한참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오랜 세월 진영논리에 젖어 사고하다 보니, 무엇이 상식인지도 모르는 듯하다"며 "이제 시민운동은 우리편들기 운동이 됐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끝으로 오 시장은 "철거 작업이 마무리된 후 위안부 피해자들을 제대로 기릴 수 있도록 조형물을 재조성하겠다"고 향후 계획에 대해 언급했다.

    신주호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국제적 성범죄로 인해 고통의 삶을 사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진정으로 추모하려는 조치로, 성 비위에 연루된 인물의 조형물이 기억의 터에서 사라지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추모공원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성범죄를 저지른 임씨의 작품만 철거하는 것이고, 서울시 시립 시설 내에 있는 임씨 작품 전체를 철거 중인데도 정의연만 이토록 반발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오히려 성범죄자의 작품이 위안부 할머니 추모공원에 있다면, 정의연이 제일 먼저 반기를 들어야 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 ▲ 임옥상 작가의 모습. ⓒ연합뉴스
    ▲ 임옥상 작가의 모습. ⓒ연합뉴스
    임옥상 씨는 앞서 여성 부하 직원을 상대로 저지른 강제추행 혐의가 인정돼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 8월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하진우 판사는 임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추행 정도, 범행 후 경과를 비춰 볼 때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임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형사합의금 2000만원을 공탁한 점을 감안해 실형은 선고하지 않았다.

    하지만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임씨는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1심 형량이 과도하다며 항소를 한 상태다. 이에 검찰도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하며 맞대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