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지난 6월 '강제북송' 진정 사건 각하 결정내부 반발에도… "피진정인들 조사 현실적으로 어려워"결정문 초안엔 "피해자, 귀순 의사에 반해 송환" 인정국정원엔 월선 北주민 인권침해 방지 매뉴얼 개정도 권고
  • ▲ 2019년 11월 탈북어민 강제북송 현장 모습이 촬영된 사진. ⓒ통일부
    ▲ 2019년 11월 탈북어민 강제북송 현장 모습이 촬영된 사진. ⓒ통일부
    국가위원회가 문재인정부 시절 발생한 '북한선원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 진정을 각하했으면서도 해당 사건에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인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 6월26일 강제북송 사건 관련 결정문 초안에서 피해자들이 귀순 의사에 반해 송환됐다는 점을 인정했다. 또한 문재인 당시 정부가 북한 이탈주민의 국적 회복 권리를 박탈했고 고문방지 협약 제3조를 위배했다며 이를 인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송두환 인권위원장은 앞서 같은 달 12일 열린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도 "여기에 인권침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발언한 바 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은 2019년 11월 북한 선원 2명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월남해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당시 정부가 이들을 닷새만에 판문점을 통해 강제로 북송한 사건이다.

    인권위(당시 최영애 위원장)는 2019년 당시에도 진정이 제기됐으나, 자료 불충분 등을 이유로 각하했다.

    서울행정법원은 그러나 지난해 3월 "인권위가 충분히 자료수집을 했다"며 인권위의 각하 결정을 취소 처분했다.

    이에 인권위는 송두환 위원장을 비롯한 인권위원 11명 중 10명이 참석한 전원위원회를 열고 탈북어민 강제북송 진정 사건을 다시 논의했지만, 찬성 6명, 반대 4명으로 또 다시 진정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는 각하 결정문에서 "현재 해당 사건에 대한 형사 재판이 시작된 만큼 피해자의 권리 구제 절차가 진행 중이고, 자료 제출이 이뤄지지 않아 피진정인들에 대한 조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 등을 고려해 진정 사건을 각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인권위는 국가안보실과 국가정보원에 월선한 북한 주민에 대한 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매뉴얼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통일부에는 북한 주민 송환 관련 법령 정비를 권고했다.

    인권위 내부에서는 각하 결정을 두고 반발한 위원들도 있었다. 이충상, 한석훈, 한수옹 위원은 "본안 판단을 하지 않고 진정을 각하하는 것은 인권위가 패소한 확정판결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다수의견이 위법한 각하를 동일한 사건에서 반복하는 것은 큰 잘못"이라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또 "인권위법 32조 3항의 입법 취지는 인권위의 조사와 수사기관 및 법원의 재판 사이 절차의 중복 및 결론의 모순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인권위 조사가 이미 끝나 수사와 재판에서 절차가 중복될 가능성이 없다"며 "인권위가 인권 침해 여부를 판단해 정책 권고를 하는 것과 법원이 법리를 따져 유무죄 판단을 내리는 것은 서로 기능이 다르다"고 했다. 수사와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각하한 결정은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여당에서도 인권위의 결정을 두고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월30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에서 "수사나 재판과 별도로 인권 침해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인권위 업무인데 왜 회피하느냐"고 따져물었다.

    이에 송 위원장은 "회피한 것이 아니다"라며 "자료가 부족해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한편, 현재 국가위원회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송두환 위원장(장관급)이 이끌고 있으며, 송 위원장은 대표적인 전 정부 '알박기 인사'로 지적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