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주적이라는 우리 군 대적관 허물기 위한 文의 큰 그림""홍범도 장군과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 ▲ 홍범도 장군이 1922년 1월 모스크바 극동민족대회에 참가한 당시 레닌과 면담 후 레닌의 하사품 모젤 권총을 차고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 ⓒ연합뉴스(반병률 교수 제공)
    ▲ 홍범도 장군이 1922년 1월 모스크바 극동민족대회에 참가한 당시 레닌과 면담 후 레닌의 하사품 모젤 권총을 차고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 ⓒ연합뉴스(반병률 교수 제공)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29일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기간 홍범도 장군의 흉상이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것을 언급하며 "굳이 대한민국 반공전선의 최선봉이자 호국간성의 요람에 흉상을 설치한 것은 우리 군의 대적관(主敵 북한)을 허물기 위한 큰 그림의 일환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홍범도 장군 흉상을 굳이 육사에 설치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오늘날 논란을 부른 근원"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최근 국방부가 육사 충무관 앞에 설치된 홍범도 등 독립투사 5인의 흉상을 보다 적합한 장소로 이전할 방침을 밝혔고 이는 지극히 합리적인 조치인데 이에 관한 소모적 논란이 격화돼 본질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네 가지 근원점 문제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신 의원은 먼저 "군사시설에 특정 조형물을 설치하거나 기설치된 조형물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전적으로 당시 정부와 군 지휘부의 재량권적 사항으로 정치권이 의견 제시는 할 수 있지만 가타부타 정치공세를 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한 육사는 역사관·박물관이나 독립기념관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육사는 공산주의 침략에 맞서 자유대한민국을 지킬 호국간성(護國干城) 양성 기관이라는 기원을 짚은 것이다. 그는 "조국수호 반공전사 양성이 육사의 본질적 기능이자 정체성이기 때문에 독립운동가는 독립기념관에서 예우하고 육사에는 육사의 본질적 기능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인물을 기리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홍범도 장군에 대해선 "항일운동 공로도 있지만 결국엔 소련 공산당에 종사하다가 생을 마쳤고 그래서 국민 사이에 그 행적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고 했다. 신 의원은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가 굳이 대한민국 반공전선의 최선봉이자 호국간성의 요람인 육사에 그 흉상을 설치한 것은 우리 군의 대적관을 허물기 위한 큰 그림의 일환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은 취임 초 육사 교과 개편을 지시했고 육사의 제1정체성에 해당하는 6.25전쟁사 등이 필수에서 선택과목으로 바뀌었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 결과 70% 생도가 6.25전쟁사도 배우지 않고 임관하게 된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볼셰비키 홍범도' 흉상을 육사에 설치한데 이어 2019년 현충일 추념사에서 국군의 뿌리가 남침의 주역인 김원봉이라고 국군 정신전력 해체의 결정타를 날렸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그 직후 6.25전사자와 천안함희생자 유족 등 보훈가족을 청와대로 초청해서 굳이 문 전 대통령 부부가 북한 김정은 부부와 손잡고 찍은 사진을 테이블에 올려놓아 천안함 유족들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고 부연했다. 
  • ▲ 문재인 전 대통령. ⓒ이종현 기자
    ▲ 문재인 전 대통령. ⓒ이종현 기자
    다음으로 신 의원은 "육사는 출입이 통제되고 주로 사관생도들의 교육·생활·의식·행사가 이뤄지는 장소인 반면 독립기념관은 대중이 자유롭게 왕래하는데, 어째서 독립운동가들의 흉상을 정체성에도 맞고 보다 많은 국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로 옮기는 것이 그 분들을 폄훼하는 것이 되나? 만일 그렇다면 이미 독립기념관에 흉상이나 동상이 설치된 주인공들은 대한민국에게 홀대받고 있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신 의원은 "5명의 독립투사들을 꼭 육사에 모셔야만 최고의 예우라면 일제 강점기뿐 아니라 5000년 동안 900여회의 외침 극복 과정에서 명멸한 을지문덕, 강감찬 등 수많은 명장들도 다 모셔야 형평에 맞지 않은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더욱이 지금처럼 홍범도·지청천·이회영·이범석·김좌진 등 5인의 독립투사 흉상만 육사에 설치해 놓는다면, 그 원칙과 기준이 뭐냐는 논란이 불가피한 것 아닌가? 윤봉길·이봉창 의사 등 여기서 빠진 다른 항일 독립투사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분들의 유족이나 기념사업회 분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신 의원은 글을 마치면서 논란을 해소할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육사 졸업생 중에서 6.25 전란 극복 과정, 그 후 3000여회에 달하는 북한 군사도발 대응 작전, 베트남전 참전 등의 과정에서 전사 및 순직한 분, 영웅적인 희생정신을 발휘하신 분들의 명패를 제작해서 생도들이 자주, 쉽게 볼 수 있는 공간에 명예의 전당을 조성해서 설치하자"고 했다.

    이와 함께 "육사의 명예를 고양했거나 발전에 기여한 분들의 흉상이나 동상 설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경우를 대비해 사전에 그 원칙과 기준을 명확하게 정해 놓아야 한다"고 했다. 신 의원은 "나아가 최종 선정 과정에서는 반드시 육사 총동창회와 육사 출신 현역 장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겪는 소모적인 논쟁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 의원은 육사 37기로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합참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예비역 중장이다.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육사 생도대장을 지내기도 했다. 

    한편, 홍범도 장군은 1920년 일제를 상대로 성과를 올렸다고 평가받는 봉오동전투(6월), 청산리대첩(10월)의 영웅으로 칭송받는다. 하지만 자유시 참변과 이후 행적은 독립운동의 공(功)을 상쇄한다는 평가가 따른다. 자유시 참변은 1921년 6월28일 소련 스보보드니(자유시)에서 일제의 사주를 받은 소련이 한국 독립군을 유인해 학살한 사건이다. 소련 적군과 고려혁명군 정의회 산하 고려혁명군(고려공산당 이르쿠츠크파 등 통칭)이 편입과 무장해제를 거부하던 고려공산당 상해파(사할린부대) 한인 독립군을 포위해 무차별 학살한 변이다. 홍범도 부대는 당시 고려혁명군을 택했다. 홍범도 장군은 자유시 참변 직후 대한의용군 등의 잔병을 처리하는 재판 위원으로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후 홍범도 장군은 소련군 대위로 편입된 뒤 25군단 조선인여단 독립대대 지휘관으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