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혐의 전 민노총 간부 등 4명 첫 재판진술 거부로 일관하다 재판서 입장 밝혀
  • ▲ 수원법원종합청사 ⓒ정상윤 기자
    ▲ 수원법원종합청사 ⓒ정상윤 기자
    북한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간첩 활동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민주노총 간부 등이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14일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 고권홍)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 민노총 조직쟁의국장 석모씨, 전 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김모씨, 전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부위원장 양모씨, 전 민노총 산하 모 연맹 조직부장 신모씨 등 4명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석씨를 비롯한 피고인측 모두가 "정부와 검찰이 간첩으로 몰고 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등을 근거로 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 사건 핵심 인물인 석씨는 북한공작원과 해외에서 만난 사실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석씨는 "그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래서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고, 만남에 길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만남으로 오해와 불신, 긴장을 해소하고 평화를 이루고 싶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최초 입장을 조서에 남겨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다. 이들은 그동안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어떠한 입장도 직접 밝힌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소사실과 관련한 의견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피고인이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허심탄회하게 말하는 자리라고 생각해 따로 남기지는 않겠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사건 재판 모두 절차가 끝난 후 향후 증인신문 등 과정을 통해 석씨의 진술을 상세히 들어볼 것으로 보인다.

    석씨는 2017~2019년 캄보디아·중국·베트남에서 북한 노동당 산하 대남공작기구인 문화교류국 공작원과 접선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총 102회에 걸쳐 북한의 지령을 수신한 혐의, 2020년 5월부터 2021년 6월까지 민노총 위원장선거 후보별 계파 및 성향, 팽택 미군기지와 오산 공군기지의 시설과 군사장비 등을 탐지하고 수집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석씨가 20여 년간 사실상 민노총 책임자 신분으로 북한 공작원과 접선·교류한 것으로 보고 지난 5월10일 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특히 석씨는 2000년 전후로 북한 공작원과 비밀리에 연락하거나 화합하던 중 북한 '문화교류국'의 지령에 따른 지하당 건설사업의 일환으로 민주노총 등 국내 노동단체에서 장기간 활동하던 인물들을 핵심 조직원으로 '지사'를 설립했다.

    '남조선 혁명 완수'를 목적으로 설립된 비밀조직 지사는 2019년 2월17일 북한 북화교류국으로부터 "민중의 분노를 폭발시켜 J당(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 당사와 보수 집결처들에 대한 기습점거, 가장물 파괴, 망발자들과 J당 당기 불사르기와 같은 물리적 타격투쟁으로 유도하는 방안들을 실정에 맞게 잘 탐구, 적용했으면 한다"는 지령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