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최고위원 선출 시 권리당원 70%·일반국민 30%… 대의원 비율 배제" 제안"개딸 지지자 = 당대표·최고위원 구조… 비명계 공천학살 위한 밑그림" 지적"중진·원로들, 후진 위해 과감히 용퇴"… 박지원·천정배에 대놓고 "물러나라"
  • ▲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혁신안 발표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혁신안 발표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10일 사실상 대의원제를 무력화하는 내용의 혁신안을 내놨다. 차기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투표를 배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딸)' 권리당원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민주당 내 계파갈등이 불거질 조짐이다.

    민주당 혁신위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 조직과 공천 규칙 혁신안을 발표했다. 

    서복경 혁신위원은 "민주당은 역사를 놓고 보면 굉장히 짧은 시간 동안 당원이 급증한 상태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지배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며 "민주당 당대표와 최고위원은 권리당원 1인1표 투표 70%와 국민여론조사 30%로 선출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 당헌·당규의 전당대회 투표 반영 비율은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일반당원 5%, 일반국민 25%다. 혁신위는 여기에서 대의원 비중을 없애고 권리당원 비율을 늘리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대의원제가 무력화된다. 현재 민주당 대의원은 1만6000명, 권리당원은 12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동안 친명(친이재명)계를 비롯한 이 대표 지지자들은 '표의 등가성' 문제로 대의원제 폐지를 주장해왔다. 대의원 1표가 권리당원 60표의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내에서는 그러나 권리당원의 호남 편중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대의원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견해가 다수였다. 

    혁신안대로라면 개딸 등 강성 지지층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대표와 최고위원에 선출되기 쉬워지는 구조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명(비이재명)계인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비명계 공천학살을 위한 밑그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 혁신위는 의정활동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현역 의원의 경우 최대 40%까지 감산하는 안도 내놨다. 

    서 위원은 "선출직 공직자 상대평가 하위자에게도 과거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어야 한다"며 현재 하위 20%에게 경선 득표의 20%를 일괄적으로 감산을 적용하는 규정에서 하위 10%까지는 40%, 10~20%는 30%, 20~30%는 20%를 감산하는 방식으로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혁신위는 현역 중진 의원들과 내년 총선 출마를 빌미로 정계 복귀를 노리는 당 원로들에게 용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수차례 의원직을 역임하고 의회직과 당직을 두루 맡으면서 정치발전에 헌신한 분들 중에서 이제는 후진을 위해 용퇴를 결단할 분들은 당의 미래를 위해 과감히 나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박지원 전 국정원장,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을 대상으로 한 용퇴 요청이냐'는 질문에 서 위원은 "솔직히 말하면 혁신위원 내 합의된 바가 없다"며 "혹시 내 개인 사견이 궁금하면 전 이 분들이 용퇴해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박 전 원장은 전남 해남-완도-진도, 천 전 장관은 광주 서을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혁신안 발표를 마친 후 김남희 혁신위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현 기자
    ▲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혁신안 발표를 마친 후 김남희 혁신위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종현 기자
    민주당 혁신위는 이날 3차 혁신안 발표를 끝으로 51일 동안의 활동을 종료했다. 

    김 위원장은 "혁신위원회 활동은 오늘로써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그동안 혁신위원회 활동을 성원해주고 응원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그동안 부족한 말로 불편함을 드린 점에 대하여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6월20일 공식 출범한 민주당 혁신위는 당초 9월 초까지 활동기간이 예정됐지만 각종 논란에 휘말려 동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에 조기 종료하게 됐다. 특히 김 위원장은 혁신위 출범 초기부터 잇따른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최근에는 '노인 비하' 발언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김 위원장이 대한노인회를 직접 방문해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당시 김 위원장은 "남편과 사별한 뒤 시부모를 18년간 모셨고, 작년 말 선산에 모셨다"고 말했다가 시누이의 폭로로 '거짓 가정사'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가정사 관련 질문에 직접 답하지 않았다. 다만 혁신위 김남희 대변인은 "문제가 된 글은 사실과 다르고 추후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마지막 소회로 "혁신안을 만들면서 여러 위원들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치열하게 논의하고 논쟁해서 만들어낸 피땀의 결과"라며 "그 피땀의 결과가 저의 여러 가지 일로 가려질까 그게 가장 두렵다"고 토로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명치를 향했던 칼끝이 정말 아팠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며 "혼심의 힘을, 죽을 힘을 다해서 죽기 살기로 여기까지 왔으니 (혁신안을) 잘 받아서 민주당의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28~29일 워크숍을 열어 이날 발표된 혁신안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